Travel -  도시 전체가 역사 교과서

 

안동 군자마을 | 후조당 탁청정 등 오래된 건축물과 429점의 교지 등 고문서, 유물 등이 소장되었다. 중요민속문화재 227호.

 

 

 

 

 

 

도산서원 |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1574년(선조 7)에 지어진 서원. 도산서원은 건축물 구성으로 볼 때 크게 도산서당과 이를 아우르는 도산서원으로 구분된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5학년 딸의 읊조림을 들으니 조선 시대 임금의 이름을 외우는 요령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가 보다.
하지만 임금의 이름만 외운다고 500년 조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으랴. 나라의 기본 정신인 유교 문화 익히기가 먼저다. 그래서 선택한 여행지는 경북 안동. 유교 문화의 본향인 안동 고택 후조당에서 하룻밤 머물며 조상의 숨결을 느꼈다.
취재·사진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도움말·자료 제공 김방식 관장(안동 군자마을)·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안동시 체육관광과·초등 아이스크림 홈런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안동의 고택  ‘군자마을’
무더운 여름, 우리 가족이 무더위를 피해 찾은 곳은 안동 군자마을. 기품 넘치는 후조당 대청마루에 앉아 뒤쪽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니 이보다 시원할 수 없다. 보이는 건 하늘과 나무 뿐, “이리 오너라~” 옛 양반들의 호령이 들리는 것만 같다.

군자마을은 아이들에게 고고한 선비의 기상과 군자의 풍류를 맛보게 해주고 싶어 선택한 숙소다. 사계절 내내 풍광이 아름다워서 영화 <미인도>, 드라마 <공주의 남자> 촬영지로 활용된 곳. 특히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이곳을 찾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겠다.

역사가 깃든 후조당에서 운치 있는 여름밤을 보낸 우리 가족은 이튿날 아침, 안동의 대표적인 문화 유적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1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아이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도산서원의 현판 글씨는 한석봉 선생이 선조의 명을 받아 원-서-산-도의 순서로 한 글자씩 쓰다 보니 약간 비뚤어졌다는 숨은 이야기까지.

“1천 원짜리 지폐 속 퇴계 이황 선생님 초상화 밑의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

1501-1570. 퇴계 선생의 전화번호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태어난 해와 돌아가신 해를 뜻한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 사셨다. 관직에 욕심을 품지 않고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제자 양성에만 몰두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곳 도산서원에서 조선 성리학의 꽃이 만개했다니 절로 숙연해진다.

남편 잃은 아내의 슬픈 전설을 담은 월영교
도산서원에서 가까운 이육사문학관을 둘러본 뒤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 월영교다.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의 한이 얽힌 전설 때문인지 피어오른 물안개가 유독 애달프게 느껴진다. 다리에서 물줄기가 솟구치는 분수 쇼도 펼쳐지는데, 낮보다 조명 밝힌 야경이 멋진 곳이라니 참고하시길.

금강산도 식후경! 월영교 주변 식당에서 말로만 듣던 헛제삿밥을 처음 맛봤다. 제사가 유난히 많은 안동에서 나물과 탕, 전 등 제사 음식으로 차려 먹던 것이 그 유래라고. 기대가 너무 컸을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서일까? 그 유명세가 무색할 만큼 맛이 밋밋하다. 실망감을 감출 순 없지만, 생강과 고추 맛이 강한 안동식해와 함께 한번쯤 먹어볼 만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짭조름한 간고등어를 반찬 삼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징비록>의 류성룡 선생을 배출한 명당 하회마을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안동에 와서 하회마을에 들르지 않으면 섭섭하다. 서둘러 갔는데도 시간이 맞지 않아 아이들이 기대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놓쳤다. 대신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하회세계탈박물관에서 탈 구경을 실컷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하회마을과 마주하는 부용대에 가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부용대에 오르니 하회마을을 말할 때 배산임수(背山臨水),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하는 풍수지리 용어가 나오는 이유를 알겠다. 이곳이 명당이로구나. 마침 엄태웅이 나오는 KBS-2TV 드라마 <칼과 꽃> 촬영이 한창이다.

“엄마,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어요. 나 안동 여행 와서 엄태웅 봤다고.”

인물은 명당에서 난다던가. 명문가 풍산 류씨의 류성룡 선생을 배출한 하회마을에서 연예인을 보는 횡재까지 누렸으니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명당이다.

갑자기 여섯 살에 <대학(大學)>을 읽었다는 류성룡 선생의 남다른 기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왜일까?



Travel Note   꼭 가봐야 할 박물관 베스트 5

‘안동에는 박물관도 많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할 만한 곳에 들러봐도 좋다. 단  이육사문학관이나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이 월요일에 휴관하는 것처럼 박물관에 따라 문을 열지 않는 날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하고 방문하길!

안동민속박물관 안동 지방 전통·민속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시립박물관. 야외 박물관에는 보물 305호 석빙고도 있다. 문의 054-821-0649

하회세계탈박물관 우리나라 각 지방의 탈놀이용 탈과 세계 30여 개국의 탈을 갖췄다. 탈의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 탈 만들기를 체험하는 탈 공방도 있다.
문의 054-853-2288

안동한지전시관 풍산면 한지 공장 부지에 전시관을 만들고 전통 한지 공예품과 닥종이 인형, 지승 공예, 한지 의류, 서예 작품 등을 전시·판매한다. 한지 뜨기, 한지 탈 만들기 등 체험도 가능. 문의 054-858-7007

유교문화박물관 유교의 발생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유교 비교, 우리나라 유교의 발전과 유학자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율곡 이이 등 대표적인 유학자들의 흉상 등을 전시 중이다. 문의 054-851-0800

이육사문학관 일제강점기에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며 문학과 민족의 독립을 추구한 이육사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곳. 문학관에는 ‘청포도’ 등 육사의 시를 등사기로 인쇄해 가져가는 탁본 체험 코너도 있다. 문의 054-852-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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