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바이올린 시작…G밸리 문화공간화에 ‘밀알’되고 싶어

▲ 우병서 대표
우병서 ㈜싸이먼 대표(66)를 가까이서 만나보면 전체적으로 푸근한 인상을 풍긴다.‘왜 그럴까’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아래쪽을 향한 ‘팔자눈썹’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에 다소 느릿느릿하면서도 조곤조곤한 경상도(경북 봉화) 사투리까지 가미되면 영락없는‘인심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은 겉모습만으론 판단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바로 우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표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우 대표는 ㈜싸이먼의 대표이사라는 직책 말고도 회사 내 마련된 음악공간 ‘M홀’의 운영주이자 한국반주자연합회 이사장이라는 ‘비중 있는’ 자리를 맡고 있다.우 대표 본인 역시 현역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기업체의 대표이사이자 음악가인 셈이다.
 
“바이올린은 50세때 시작했으니 남들에 비해선 늦어도 한참 늦었지요. 그런데도 입문한 지 어느새 16년이나 됐네요(웃음). 바이올린 배운 계기가 뭐냐고요? 제가 교회에서 장로인데 찬양대에 속해 있어요.언제인가 하나님께 근사하고 멋진 찬양을 올려 드리고 싶은데 바이올린으로 하고 싶은 겁니다.그래서 나이는 신경쓰지 않고 그때부터 무작정 배우기 시작했죠.”
 
의욕은 충만했지만 막상 바이올린 배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루에 1시간씩 레슨을 받았는데 처음엔 도무지 발전이 없었어요.그래서 ‘아,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할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지금 돌이켜 보니 한 10여년을 ‘이것도 아니고,저것도 아닌채’ 어정쩡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그러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운좋게 문일근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배울 기회를 잡으면서 바이올린을 제대로‘알게’됐습니다.이분은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 분인데 2년전 쯤 아마추어로서는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인정해 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무대에 오를 때 우 대표는 ‘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등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을 주로 연주한다.최근엔 ‘친구여’를 독주악기로,2중주로,스트링 4중주로 편곡해 ‘M홀’을 찾는 지인들에게 들려준다.
 
확고한 원칙과 신념의 소유자
‘음악인’으로서의 우병서와 달리 ‘경영인’으로서의 우병서는 확고한 원칙과 신념의 소유자이다.그는 무엇보다 두 가지를 절대 하지 않는다.바로‘골프’와 ‘당좌거래’다. 의외의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중소기업 대표가 하기엔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 판단했어요.잘 아시겠지만 중소기업 사장은 혼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습니까. 그런데 골프를 하게 되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요.시간 못지 않게 돈도 많이 들어가죠.외국 바이어들 상대 하다보면 골프를 칠 때가 있는데 식사비용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최근 들어선 골프를 치면서 내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저한테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딱 끊었습니다.”
 
골프는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라고 쳐도 ‘당좌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부터 얼마든지 어음을 발행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가계수표를 쓰지 않았고 당좌거래도 하지 않았습니다.우리가 납품업체한테 자금이 안 맞으면 조금 연장을 해서 받으면 되는데 당좌를 끊어 놓으면 당좌를 끊어 놓으면 날짜를 지키는 회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엑스포트 에이스 클럽 발족
회사 경영하랴,연주홀 운영하랴 눈코 뜰새 없이 바쁠 터인데 얼마 전 우 대표는 G밸리 기업인들을 위해 ‘의미있는’ 모임 하나를 발족시켰다.‘엑스포트 에이스 클럽’이 그것으로 지난 5월24일 구로호텔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지방중소기업청과 함께하는 이 클럽은 해외시장 개척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이 정보를 제공해 괄목할 만한 수출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이끌기 위해 만들었습니다.수출 성공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를 발표하는 자리를 수시로 열어 회원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엑스포트 에이스 클럽은 현재 약 50개 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출경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G밸리 문화공간 많아져야
우 대표는 G밸리 내 제대로 된 ‘문화공간’이 없는 점이 제일 아쉽다고 말한다.그가 회사 내에 M홀을 만든 것도 이러한 문화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G밸리 입주기업수가 1만을 넘고 근로자도 16만을 헤아리지만 제대로 된 문화공간 하나 이곳에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우리 회사의 M홀이 시발점이 돼 G밸리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 나가는 데 ‘작은밀알’이 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M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 대표는 거의 무료로 공간을 빌려 준다.그래서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연주를 연습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우 대표는 음악 외에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사무실 곳곳에 걸려 있는 ‘명화’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G밸리 사람들은 일만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음악과 미술,그리고 나아가 문화도 볼 줄 아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잖습니까?”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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