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시민과 학생 대상으로 체험학습 활동 강화

▲ 학생이 '벌집'을 찾아 연탄갈기 체험을 하고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던 구로공단이 50주년을 맞는다. 오는 2014년 G밸리 조성 50주년을 맞는다. G밸리는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군 대표적인 지역이다. 1960년대 경제부흥을 내걸고 시작한 구로공단은 가발로 시작해 섬유와 전자 등 노동집약 산업단지로 발전했다.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터를 잡고 70~80년대 섬유와 봉제 분야에서 수출을 이끌어 나갔다.
 
이처럼 구로공단이 수출한국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수많은 여공들의 땀과 눈물을 들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여공들은 저마다 구로공단에 취직해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돈을 모아 동생 뒷바라지 등 집안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벌집촌’으로 불렸던 이들의 자취방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한두 평 남짓한 방안에 서너명이 잠을 잤으며 공동세면장과 공동화장실에는 긴 줄을 늘어선 사람들로 붐볐다. 어린 시절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작가 신경숙씨는 소설 <외딴방>에서 “거기였다. 서른일곱 개의 방 중의 한, 우리들의 외딴방. … 왜 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방을 생각하면 한없이 외졌다는 생각, 외로운 곳에, 우리들, 거기서 외따로이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인지” 라며 ‘벌집촌’에 대한 기억을 담아냈다. 
 
열여섯 순이의 꿈, 체험관으로 살아나
지난 5월 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39-7번지 가산디지털단지에 ‘벌집촌’을 재현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안치용 노동자생활체험관장은 “서울시와 협조해 14억43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벌집촌 체험관을 열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쪽방 6개·벌집 골목·설비실이 구성돼 있습니다.”고 밝혔다.
 
체험관에는 ‘여공의 방’, 공동세면장 등이 재현됐다. 한두 평 남짓한 쪽방에는 옷장과 연탄, 밥상, 급여봉투 같은 소품들을 전시했다.
 
1층에는 공동세면장,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희망의 방', 몰래 소리통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비밀의 방', ‘기획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2층에는 영상전시실·수장고·포토존·관리사무소가 위치하고 외부 공터에는 옛 상회의 모습을 간직한 ‘가리봉상회’가 있다.
 
체험관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나만의 문패 만들기, 봉제인형 만들기, 수출탑 쌓기 등 쪽방 테마별 체험이 있으며 가리봉 상회의 옛날 과자 맛보기, 추억의 도시락 먹기 등 먹거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 개관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명진 목사(구로 갈릴리교회)는 “구로공단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이룬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어린 여공들의 피와 땀이 있었으며 역사적으로 이를 보존하고 후대에게 알리는 사업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체험관을 비롯해 구로지역 전체를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울려져 있는 역사적 현장으로 만들어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치용 관장은 "70년대 산업화의 산실이자 80년대 노동운동의 산실인 옛 구로공단의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단순 전시가 아닌 역사적 교육으로 미래의 희망까지
체험관은 당시 여공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산업화 시기 꿈과 열정이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밑거름이며 또한 세계 남부럽지 않은 민주주의 국가를 일궈낸 산실이란 역사적 교훈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 관장은 "지난 1965년 조성 이후 한국 산업화의 메카, 노동 민주화의 중심지였던 구로공단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리고 다음 세대에게는 보다 희망찬 미래를 전하고자 합니다."며  이를 위해 영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표현하는 청소년 UCC공모전, 학술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초 · 중고등학교들에 체험관을 알려 나감으로써 많은 학생들이 이 곳을 방문해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과 연계해 기업체 방문, 봉제 수납 체험 등 6주동안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70년~80년대 근로자 출신 자원봉사단 운영
노동자생활체험관은 과거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50~60대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주축이 돼 꾸려 나가고 있다.
 
이들은 당시 겪었던 구로공단 경험을 되살려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당시 구로공단의 생활 모습과 추억을 생생히 전달해 주고 있다. 또 나아가 각종 체험 활동도 돕고 있다.
 
이처럼 체험관이 시민 주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운영과 홍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안 관장은 "개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내년도 운영예산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 확보가 필요합니다"라며 서울시의 조속한 지원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50주년을 맞이한 G밸리(구로공단)가 새로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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