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사이버 보안 인력육성 전문기관 지향

 
지난 3월20일 KBS, MBC, YTN, 농협, 신한은행 등 방송사와 금융기관이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뒤이어 6월25일에도 청와대를 비롯해 11개 언론사와 정부기관 등 총 16개 기관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는 공격을 받았다.

이미 2009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DDoS 공격 등 크고 작은 사이버 테러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는 국가 기관 전산망을 마비시켜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또 금융기관 전산망 테러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테러가 빈번하지만 정작 정보보호산업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고 당국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테러를 막을 ‘화이트 해커’ 양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빅데이타 시대를 맞아 정보보안과 정보보호 산업은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이를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 7월 ‘정보보호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고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으며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수립해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를 맡기로 했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 연구원(KITRI) 원장은 오래전부터 사이버보안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래 사이버 안보를 전담할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BoB)’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BoB)’은 2011년 7월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정보보안 인력 양성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올 2월 1기 졸업식을 마치고 지난 9월 120명으로 구성된 2기 발대식을 가졌다.

사이버 보안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야
유준상 KITRI 원장이 이처럼 사이버 보안인력 양성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3년전 원장 취임과 함께 한국 정보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부터다.

유 원장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4선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 1988년 국회 경제과학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최고위원을 맡기도 했다. 오랜 정치 경력과 정책 입안 전문가로서 경제 과학 분야에 활발한 인적 관계와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7일 만난 유 원장은 사이버 보안 인력 양성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정보보안을 국가 안보의 최고로 판단하고 관련 기관 정비와 인력양성을 서두르고 있어요. 지난 3.20, 6.25 사이버 테러가 북한 정찰총국 소행으로 의심되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끔 TV에 테러진압 특수전 요원들의 훈련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정부의 테러 대책을 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이버 테러에 대한 홍보와 인식은 많이 부족해요. 특히, 이를 막을 인력 양성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막을 지원 법안을 만들어 지원해야 합니다.”

“보안 인력 양성은 역사적 소명”
유 원장은 사이버 보안 인력이 태부족하다며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0년 KITRI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제가 국가를 위한 역사적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KITRI는 23년이란 오랜 역사와 정부의 공식적인 정보 인력 양성 기관이란 점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 개편 등의 영향으로 그 중요성이 폄훼되면서 홀대받고 있던 처지였어요. 그렇지만 KITRI야말로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바칠 곳이란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사이버 안보를 책임질 인력 양성이야말로 그 소명의 주요 내용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날부터 국회와 정부를 쫓아 다니며 애국적 화이트 해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유 원장은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을 계획하고 주요 기관과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부도 최정예 정보보안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유 원장의 설득에 화답했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BoB 프로그램에 추진에 들어갔다. 우선 해킹방어 대회 등에서 IT 보안 재능이 검증된 보안 영재 선발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능력만 있다고 판단된다면 고등학생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BoB 사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특히, 예산 확보와 추진 과정에서 다른 정부기관의 견제가 심했다.

어쩔 수 없이 2012년 당초보다 적은 10억원의 예산에 인력도 120명에서 60명으로 줄여 1기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2개월에 걸쳐 국내 산-학 최고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선발됐다. 8개월간 1:1 도제식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6명이 최종 보안 인재(Best 6)로 선정돼 올 3월 최종 인증식을 통해 발표됐다.

그러자 국내보다는 미 CNN, 프랑스 AFP 등 세계 언론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최고보안책임자이자 데프콘(DEFCON) 설립자인 제프모스(Jeff Moss)도 “KITRI의 보안양성 프로그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우디 등 해외에서도 교육 의뢰가 들어오는 등 BoB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2기는 더욱 내실 다지기 시작
반신반의하며 냉담했던 정부도 유 원장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새누리당도 공식적으로 정부 예산 절약과 민간 자율성 속에 신속하고 적기에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민간 경상 보조를 통한 위․수탁 전문으로 해야 한다며 KITRI의 손을 들어 주었다. 민주당 역시 보안 리더 양성은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주변에서 다들 안될 것이라며 염려하고 만류했으나 유 원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기 선발은 1기보다 한층 강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보안 산업 전문가들과 1기로 구성된 BoB 멘토단을 구성해 공고를 거쳐 6월말 462명의 지원자중 최종 120명을 선발했다. 9월6일 공식 출범한 BoB 2기는 앞으로 6개월간 혹독한 도제식 훈련을 거치게 된다. 이들에 대한 교육비는 전액 정부에서 부담한다. 이들은 24시간 운영되는 전용 강남교육센터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식비와 교통비 등 월 50만원씩 학업 지원금과 노트북 등 기기 등이 지급된다. 또한 지방학생들을 위해서는 기숙사 비용도 별도로 지원된다. 특히, 경영 단계 진출자에게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된다.

이처럼 훈련을 통해 내년 3월에 최종 10명을 뽑아 최고인재(BoB)에 선정된다. BOB로 선정되면 미래부 장관의 공식 인증서와 함께 해외연수 프로그램, 2000만원 상당의 진로진출 지원 특전이 제공될 예정이다.

유 원장은 “박 대통령도 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해 사이버 안보는 국가 안보의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특히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안길 수 있는 만큼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나아가 관련된 인력 양성에 적극 지원하라고 당부했죠. 저는 정부가 사이버 인력 양성을 직접 나서는 것은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자율성 속에 신속하고 적기에 인력을 양성,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예전처럼 정부가 모든 걸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정보산업의 특성상 맞지 않아요.”라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만큼 많은 지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hkim@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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