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침체는 업계 스스로 자초…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배워야

요즘 건설업계의 경기를 계절에 비유하면 ‘한겨울’이다.올해 국내건설 수주액은 90조원을 갓 넘겨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도 전망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사방을 둘러봐도 ‘우울한’소식뿐이다. 신현국 ㈜한국씨엠씨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자업자득’이라는 말로 질타했다.우리 스스로 이러한 상황을 불러들인 것이란 얘기다. 신 대표를 만나 최근 건설업계의 동향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최근 건설경기가 최악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어떻습니까?
“중소 건설사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대형 건설사들까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올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삼성엔지니어링은 서울 도곡동에 있는 사옥을 내놨습니다.GS건설도 문정동 롯데마트 건물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SK건설은 그룹에 손을 벌렸습니다.SK케미칼 등 기존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입니다.이 같은 자구책은 건설경기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최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상대적으로 체력이 탄탄한 상위 빅5 대형건설사들조차 지난 3분기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20% 넘게 감소했습니다.올해 국내건설수주액도 90조원을 갓 넘겨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내년도 올해보다 1조원 정도 늘어난 91조 7000억원에 그칠 전망이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는 식의 비용절감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렇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일본이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을 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됐습니다.저는 우리나라 건설업을 얘기할 때 ‘잃어버린 25년’이라는 말을 곧잘 씁니다.무슨 말이냐 하면 주택 200만호 건설 붐이 한창 일던 1988년부터 우리나라 건설업은 사실상 쇠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88년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건설업은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수출효자 업종’이었습니다.그런데 건설사들이 힘든 해외공사에 도전하는 대신 안방의 주택건설 쪽으로 돌아서면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예고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건설사들이 손쉽게 돈버는 쪽에만 치중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사실 건설업쪽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파트나 도로공사가 가장 손쉽고 단순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막말로 땅 잘 잡아서 아파트,도로 좀 지어주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누가 다른 쪽으로 신경을 쓰겠습니까? 건설회사들에서 주택사업본부장이 가장 ‘끝발’있는 사람이 된 것도 이런 풍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이런 방식이 천년만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 아닙니까? 현재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만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는데 과연 이게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십니까? 다 자초한 거예요.”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실력을 배양해야 합니다.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좁은 국내시장만을 두고 우리 건설사들이 싸울 수야 없잖아요? 그간 건설사들이 아파트만 짓느라 다른 분야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어요.예를 들어 볼까요? 아파트를 짓듯,교량을 놓든 건설공정표라는 게 있습니다.공사의 처음부터 마침까지 세부적인 일정을 잡아놓은 아우트라인이죠.그런데 이걸 우리나라의 건설사들이 대부분 3일만에 뚝딱 만들어요.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외국의 건설사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기절초풍할 겁니다.건설공정표에 얼마나 많은 변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이렇게.. 이렇게 얼렁뚱땅 만들 수는 없는 법입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종합건설사업관리(PM/CM)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이제 한국건설 산업의 발전방향은 단순 시공에서 탈피해 플랜트․발전․중공업 분야는 물론 고품질의 서비스와 역량이 요구되는 종합건설사업관리 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이와 함께 건설IT를 바탕으로 한 건설사업 효율극대화에 나서야 합니다.이것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는 지름길입니다.제 입으로 말하는 게 자랑 같습니다만 한국씨앰씨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설프로젝트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직원들 교육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CM수행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은 필수적입니다.우리 회사는 전체 100여명 모두를 종합건설사업관리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구상입니다.직원들 교육을 위해 사내에 교육공간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G밸리 내 전 기업을 통틀어도 우리 회사만큼 넓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갖춘 회사는 아마 없을 겁니다.”

신 대표는 국내 최초로 통합사업관리시스템(PMIS)를 개발,건설산업 선진화를 앞당긴 이 분야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지난 2000년 노아씨엠씨를 설립,건설업 정보화에 새바람을 일으킨 신 대표는 지난 2005년 한국씨엠씨를 창업,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냈다.“한국에 한국씨엠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씨엠씨가 한국에 있다”고 강조하는 신 대표의 말속에 충만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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