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화, 복지 등서 자치구 1위 휩쓸어 … ‘소통’이 가장 소중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 가장 우수구는 어디일까? 구로구가 ‘넘버1’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구로구는 최근 복지, 문화, 일자리, 청결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 전체 자치구 1위를 휩쓸었다. 이러한 ‘기적’의 이면에는 ‘소리없이 강한’ 이성 구청장이 있었다. 최근 민생현장 탐방으로 분주한 10월을 보낸 이 구청장을 만나 ‘최고의 구’를 만들어낸 비결과 원동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0월달 내내 민생현장을 돌아보셨는데 현장을 둘러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현장에 가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구민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생각입니다. 진작에 해 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예산이 없다보니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가리봉 재개발 사업이지요.오늘 내일 하던 게 어느새 10년이나 돼 버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도시기능까지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개발을 할 때는 하더라도 아스팔트 포장부터 말끔하게 해서 구민들의 불편부터 없앨 방침입니다. 또 하나는 일일동장을 통해 도와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어떻게 네트워크를 꾸려야 하나 고심 중입니다.”

-구로구가 예전에 비해 청결해졌다는 말이 많습니다.
“전적으로 구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입니다. 우리 구로구는 다른 구에 비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청소하는 조직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 등에서 예고없이 청결도 점검을 하러 나와도 지적 받을 게 거의 없습니다. 이런 건 구나 시에서 하라고 강제해서 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구로구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얼마전 일자리 창출에서 서울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 구청에 일자리지원과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구청과 전 동주민센터에 취업상담창구를 설치하고 만나는 기업인마다 구로구민들을 채용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미취업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시키기 위해 기업 청년인턴사업도 펼쳐 구로디지털단지 등에 매년 200명에서 250명의 청년 미취업자들을 인턴으로 보내고 월급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중 2011년 인턴 수료자의 87.4%가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2012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민들과 구청이 혼연일체가 돼 서로 협동하고 소통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편의와 행복을 위해 뛰고 계시지만 ‘여전히 배고프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주민 행복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쉼없이 달려 왔습니다.복지, 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치구 1위를 차지했고 교육,재해방지 분야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목표에는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여전히 주민행복에 배고프다는 것입니다. 임기 초 주민들과 약속했던 사업들을 다 완료하고 주민 모두가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이 배고픔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청장님 집무실이 무척 작아 보입니다.(참고로 이 구청장의 방은 기자가 방문한 모든 자치단체장이나 기업 CEO들의 방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작았다)
“원래는 이렇게 작지 않았는데 제가 이만한 크기로 줄였습니다. 아마 이곳이 우리나라 구청장 집무실 중 가장 작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커요. 처음엔 제 책상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가 않더라고요. 구청장이 방을 확 줄여버리면 아무래도 다른 간부들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합의를 봐서 이 만한 크기(34㎡)로 줄였습니다. 원래는 이 방이 구청장 방 옆에 딸린 침실공간이었는데 제가 집무실로 개조해 쓰고 있는 거죠. 그래도 업무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작은 방을 선호하는 이유라도?
“구청장 취임 전 잠시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미국 시장들의 방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어요. 샌프란시스코 시장 방을 포함해 여러 곳을 봤는데 하나같이 조그만 겁니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장들 방처럼 큰 곳은 정말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별다른 장식이나 비싼 가구도 없고 단촐하게 가족사진 한 장 걸어놓은 시장실이 특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큰 집무실에 대한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이전 구청장 집무실은 현재 일자리지원과로 활용하고 있는데 20명의 직원이 이용하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효율적입니까.”

-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주민들과의 소통이죠. 저에게 소통은 말하는 것보다 주로 듣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장에 있건,다른 어디에 있건 저는 언제나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일일동장으로 현장탐방을 나서는 것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함이죠.지난해 구청광장에 주민들 500명을 초청해 ‘500인 토론회’라는 걸 열었습니다. 처음엔 ‘얼마나 올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완전 기우였어요.저녁 7시에 시작된 토론회가 10시가 다 되었는데도 집에를 가지 않는 거예요. ‘아 주민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구나’하고 느꼈어요. 올해는 분야별로 7개 100명씩,모두 700명의 주민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가졌는데 역시 성황을 이뤘습니다. 주민들과 소통하는 데 듣는 것만큼 소중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학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이쪽에 관심이 좀 있었습니다. 지금 구청장실에 있는 그림들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다 제가 그린 것들입니다. 그냥 다 제가 좋아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데 주위에서 높게 평가해 줘서 쑥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담․정리=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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