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무조건 지원은 안돼…기업 스스로 ‘역량’키우도록 이끌어야

박근혜 정부 들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은 ‘창조경제’란 단어다.많은 전문가들,심지어 박 대통령까지 나서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직도 이 단어 앞에 물음표를 던지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나도성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연구원 원장은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라고 간단히 정리했다.나 원장을 만나 창조경제와 한국경제,그리고 중소기업의 진로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창조경제가 어느새 시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조경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습니다.달리 표현하면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기존의 경쟁시스템에 접목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창조경제가 모호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과거 산업화시대 경제 패러다임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게 바로 이 점이죠.산업화 시대엔 눈에 보이는 대로,열심히 규모의 경제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많이 만들어 내기만 하면 통했죠.하지만 이제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이 창조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전체 생태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창조경제의 핵심은 ‘신뢰’입니다.경제주체들 간에 ‘신뢰’가 없다면 아무 것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신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습니다.요즘 자주 언급되는 융합과 복합도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사실 신뢰의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한국 사회가 그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그 밑바탕에는 신뢰의 문제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신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창조경제’니 ‘경제민주화’니 아무리 떠들어도 말잔치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산업현장에서 실제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평소에 4가지 요소를 강조합니다.즉 혁신과 효율,공정,그리고 환경입니다.혁신의 주체는 중소기업입니다.물론 대기업이라고 혁신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중소기업이 더 혁신에 몰두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는 뜻입니다.하지만 우리의 기업현실은 제약이 많습니다.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실제 사업화하기까지에는 장애물이 많지요.다행인 점은 그래도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 상황을 변화된 ‘시스템’으로까지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공정성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가 아무래도 그간 대기업 중심으로 운용돼다 보니 소위 갑과 을의 문제나 공정성의 문제가 많이 제기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박근혜 정부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나눠 갖는다는 뜻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일부 대기업들이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에 대해서 과거 산업화시대의 논리에 입각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시스템 관리자,다시 말해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가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혁신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물론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요.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앞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역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앞장서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중소기업 임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중소기업 발전은 무조건 보호만 하고 개별 업체에 정책자금만 쏟아 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평소 창조와 융합에 대해서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기업과 대학 정부가 모두 공동체 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있어야 중소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공정한 환경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인력 향상을 통한 자생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우리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연구원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가 바로 이쪽입니다.물론 이러한 산‧학‧연 협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에 신뢰입니다.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나 원장은 중소기업청 차장 출신으로 지난 2008년부터 한성대에 몸담고 있다.

낙하산 논란이 있는 산하기관장 등으로 가는 대신 중소기업 인력양성에 뜻을 세우고 대학에서 교수로 인생 제2막을 펼치고 있는 것.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은 중소‧중견기업 특화형 과정으로 융합기술학과,지식서비스&컨설팅학과 등으로 과정이 세분화돼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도입된 융합기술학과는 관련 전공으로서는 첫 정부 계약학과다.중소기업청에서 학비의 70%를 대고 업체와 학생이 각가 15%씩을 부담한다.

나 원장은 중기청 재직 시절 ‘중소기업 9988(우리나라 기업수의 99%,고용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의미)’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을 정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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