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신뢰, 감사하는 마음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가•행복한 나라죠”

지난 12일 신도림의 쉐라톤 디큐브시티 6층 그랜드볼룸에서는 ‘성장기업들의 집요한 혁신의 역사’라는 주제로 제 25회 G밸리 CEO포럼이 열렸다. 송년특집으로 마련된 이날 포럼에서 강사로 나선 손욱 전 농심회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기업의 혁신운동과 감사나눔 운동에 대해 강의,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날 손 회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이른 시간부터 많은 대표님들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반갑고 감사합니다. G밸리 CEO 포럼 역사상 처음으로 제가 처음으로 두 번째로 초청된 강사라고 말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는 ‘성장기업들의 집요한 혁신의 역사’입니다. 여러분이 주지하다시피 저는 오랫동안 삼성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우리도 삼성처럼 잘 해서 일등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라고 말이죠.

그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무슨 일이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가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서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쉽게 말해 삼성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 회사에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것 찾아야
하지만 오늘날 세계적 일류기업 삼성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 ‘로마인 이야기’를 보시면 서양의 역사는 ‘계승발전’의 역사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동양의 역사는 단절, 곧 ‘파괴와 신설’의 연속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업이나 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단절은 쉽게 발견됩니다. CEO나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 기조가 하나에서 열까지 몽땅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전임자의 업적 중에서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이 분명 있을 터인데 무조건 바꿔 나가다 보니 훌륭한 전통이 계승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상황에 걸맞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처음부터 세계 제일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제일모직이나 제일제당 등 회사 이름에도 이러한 ‘일등’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지요.

삼성을 일컬을 때 흔히 ‘관리의 삼성’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이병철 회장의 철학이 이 속에 담겨 있습니다. 실제 이 회장은 생전에 “내 일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을 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죠.

사람 중시하는 ‘관리의 삼성’
이러한 이 회장을 계승한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로 유명한 소위 ‘신경영’을 내놓았습니다. 이 말은 지금 돌이켜 보면 사실상 ‘창조경제’를 하자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특히 인재제일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한사람의 인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이 회장의 유명한 ‘어록’이 될 정도였죠. 이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에서 눈여겨 볼 점은 ‘무엇을 할까보다 누가 할 수 있는가’를 강조한 점입니다.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격의 없는 토론문화’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알아야 합니다. 삼성전자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모든 기술자가 모여 기술이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수요공정회의’가 있습니다. 이 자리는 눈치 안보고 토론하는 문화로 유명합니다. 시쳇말로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것이죠. 삼성SDI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먹고 회사 외부에서 ‘금요공정회의’를 가졌는데 결론이 날 때까지 ‘끝장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처럼 ‘창의력’이 발휘되는 ‘지적 충돌’의 장을 통해 오늘날 삼성이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창의의 삼성’으로 옮아가는 경영철학
하지만 삼성은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1년 “삼성의 대표 사업이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삼성의 신경영이 나온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경영화두로 ‘품격‧ 창조‧ 상생’을 내놓았는데 이는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이기도 합니다.

예전 ‘관리의 삼성’에서 ‘전략의 삼성’,‘창의의 삼성’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중심의 창의문화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창의의 삼성’은 오늘날의 흐름과 화두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창의의 삼성’은 즐거움과 열정과 몰입, 삶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즉 관리나 통제의 틀을 벗어나 개개인의 창의적 역량, 열정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자는 것이죠.

토론과 나눔, 감사 중요
그렇다면 창의(創意)의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저는 3가지를 꼽습니다. 토론과 나눔,그리고 감사입니다. 유대인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민족으로 불립니다. 이들이 창의적인 민족으로 불리면서 전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토론식 교육과 나눔의 문화, 감사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됐습니다.

제가 요즘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행복나눔 125’운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신바람 나는 행복한 사회가 바로 품격 높은 나라이며 이는 나눔과 감사의 문화의 문화가 바탕이 됐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 두 권의 책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옥스퍼드 출신의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쓴 ‘기적을 이룬 나라,기쁨을 잃은 나라’와 차동엽 신부의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입니다.

‘기적을 이룬…’에서 저자는 한국인들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지금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스스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믿고 서구 혹은 남들과 비교하며 불행해지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김수환…’에서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못하는 요소들을 보여줍니다.정직하지 못한 것,준법정신이 부족한 것,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믿음과 신뢰,나눔과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서 행복한 국민은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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