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솝우화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기억해 보자. 고양이가 쥐들을 쫓아다녀, 쥐들이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논하였다. 많은 방법들이 제안되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마침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이 제안되었다. 모든 쥐들이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때 늙은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방법을 물었으나, 아무도 답하지 못하였다.

비슷한 이야기가 조선 숙종 4년(1678년)에 ‘순오지’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흔히 다음 두 가지가 언급된다. 제안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행동보다 말이 쉽다.

고양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순(矛盾, contradiction) 상황에 빠졌다. 논리학에서 모순은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 대당 사각형에서 말하는 모순도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가 모순이라는 개념으로 미해결 과제로 우리에게 우화처럼 전해오는 경우가 많다.

트리즈에서는 이 경우에 물리적 모순에 빠졌다고 한다. 즉 물리적 모순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이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하나의 변수가 서로 다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도로의 가드레일은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단해야 하고, 어린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단단하지 말아야 한다.

단단해야 하지만 동시에 유연하기도 해야 한다.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드레일이 있어야 하지만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드레일이 없어야 한다.

가드레일은 있기도 하고 동시에 없기도 해야 한다. 기술적 모순이 표면적인 문제라면 물리적 모순은 실질적인 문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트리즈에서는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였다. 세상이란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에 의해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먼저 공간의 축에서 미시적인 시각과 거시적인 시각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천체망원경과 원자력 현미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문제의 상황을 시간의 측에서 과거의 시각과 미래의 시각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원인이 과거에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현재의 문제는 미래에 어떠한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할 것인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존재나 사물과의 관계가 어떤 조건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부분과 전체를 분리하여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트리즈는 이처럼 물리적 모순에 봉착했을 때, 먼저 모순 상황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분리의 원리 등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이처럼 해결된 수많은 사례가 있으나 여기서는 지면상 생략하기로 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김영기 박사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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