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활력 찾기 위해선 질문 많이 하는 유태인 밴치마킹해야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동반성장이란 말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킨 데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공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도 동반성장의 가치를 전파하는 일이라면 불철주야 전국 어디든 달려가는 정 이사장을 만나 동반성장과 우리 경제의 앞날의 대한 ‘지혜’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요즘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간단한 근황을 들려주세요.
“주로 강의를 많이 다닙니다. 동반성장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갑니다. 언론사,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협회, 학교 등 거의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에서도 초청이 와 강의하고 오기도 했습니다(웃음).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든지 이제 1년 하고 7개월 정도 됐는데 강의를 지금까지 80번 정도 다녀온 것 같아요. 대략 1주일에 한번씩은 강의를 다닌 셈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동반성장연구소 주최로 월례포럼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팔레스 호텔에서 주로 했는데 지난 12월부터는 장소를 옮겨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강의와 포럼 외에 얼마전엔 ‘미래를 위한 선택, 동반성장’이라는 책도 냈고요, 조만간 새책 ‘동반성장, 누가,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준비 중인데 곧 나올 겁니다.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야구관련 칼럼을 쓰는 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외려 더 바빠진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집 사람이 저더러 ‘(그러다)백수가 과로사한다’며 막 뭐라고 그래요(웃음)”

-동반성장연구소를 꾸려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애로점이지요.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동반연구소를 만들기 전만 해도 상생의 가치에 공감하는 대기업들이 많이 관심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미진했습니다. 중소기업은 또 중소기업대로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괜히 동반성장연구소 지원했다고 대기업에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거지요. 어떤 중견기업은 지원하기로 약속까지 다 해놓고 막판에 없던 걸로 했습니다. 우리와 노선이 다르다고 말은 하는데 조금 안타까웠지요. 이러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후원회원들을 더욱 많이 확보해 나갈 방침입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G밸리의 기업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셨는데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과거로 회귀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수했던게 1962년이었습니다. 이후 6차까지 이어진 경제개발 속에서 한국경제가 놀랄만큼 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산업화시대의 이야기지요. 요즘과 같은 지식기반 경제사회에서 느닷없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들고 나오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추진해 나가기 위해선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단 말입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이 안되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말을 곧잘 쓰는데 국민과의 소통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멀리, 그리고 넓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갖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박 대통령이 ‘불통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 ‘소통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동반성장’하면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만을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동반성장의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시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동반성장입니다. 경제 부문으로 눈을 돌리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분배도 잘 이뤄지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동반성장에 대한 이러한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 그릇된 인식을 퍼뜨리는 곳이 있어 심히 안타깝습니다.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마치 동반성장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서 호도하고 있는데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동반성장의 취지는 다시 강조하지만 파이는 크게 키우되 분배를 공정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도시와 농촌의 동반성장, 남한과 북한의 동반성장, 남자와 여자의 동반성장 등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동반성장해야 할 부문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동반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많이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잘 풀리게 되면 사회 각 부문으로 동반성장의 가치가 골고루 확산돼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외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요?
“산업의 뿌리이자 중추인 중소기업이 잘 돼야 대기업도 잘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재벌 총수들이 먼저 나서서 변화를 이끌어줘야 합니다. 이와 함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초과이익공유제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과 같은 정책들을 뿌리내리도록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위주의 신산업정책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인데 좋은 학생들이 중소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학자금 융자에서 혜택을 준다거나 군복무 시 이점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배분에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해야 되겠지요.”

-한국경제가 침체에 빠졌습니다. 활력을 찾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창조경제를 꺼내들었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창의적인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국민이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질문을 많이 하기 위해선 왕성한 호기심이 있어야 합 니다. 호기심은 독서에서 비롯됩니다. 여행과 사람들과의 폭넓은 만남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유태인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태인들은 질문을 많이 하기로 유명합니다. 이 질문의 힘이 오늘날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유태인들을 만들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혁신을 통해 국민 전체의 창의성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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