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생쥐

어떤 사자가 자신의 얼굴 위를 달려가던 생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사자는 성난 표정으로 생쥐를 잡고서, 막 그를 죽이려 하자, 생쥐는 애처롭게 간청했다: “만일 당신이 저의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당신의 은혜를 꼭 갚을게요.” 사자는 웃으면서 그를 놓아 주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얼마 안돼서, 사자는 사냥꾼들에게 잡혔으며, 튼튼한 밧줄로 묶인 채 땅에 엎드려 있었다. 생쥐는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찾아 와서는 이빨로 밧줄을 갉아내어서,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 짧은 이야기를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진의를 나이가 한참 든 후에야 깨닫게 된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아무리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존재라도 다 쓸모가 있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선의를 베풀면 자기에게 좋은 일이 돌아온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등의 많은 교훈과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를 트리즈로 풀어보자. 트리즈에는 시스템적 사고라는 것이 있다. 시스템적 사고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간과 공간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서로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를 말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날 것 같지 않던 사건이나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과 공간을 무한대로 확대하거나 무한소로 축소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필요하다.

사고를 거시적으로 확장함으로써 현재의 미세한 생각이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미래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의 불만족이나 문제점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고를 미시적으로 축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인간 사이의 갈등처럼 인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주로 제조 현장에 근무하는 이공계 전문가들이 접하는 현실이며, 인문적인 문제는 주로 기업을 관리하거나 경영하는 임원들이 자주 접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문제를 잘못 파악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코끼리 코에 문제가 있는데 전체를 보지 못하니 뒷다리를 긁는 경우가 흔하다. 코끼리의 코는 찾았으나 미시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현미경이 아닌 돋보기로 보아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 시스템은 미세와 거시의 조화, 관리자와 전문가의 조화를 조정하는 통시적 시각이 중요하다. 따라서 CEO나 최고의사 결정자는 항상 이 두가지 사고를 놓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트리즈 전문가가 문제 발견에 90% 이상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기 박사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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