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어떤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다투는 아들들이 있었다. 그가 자신의 충고로서 그들의 분란을 가라앉히기에 실패하자, 아버지는 분열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느끼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아들들에게 막대기 한 다발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아들이 막대기를 한 다발을 가져오자, 아버지는 한 다발을 통째로 아들 각자에게 차례대로 돌려가며 부러뜨리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모아서 그것을 부러뜨리려고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제, 막대기 다발을 풀어서 막대기들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부러뜨리라고 명했다. 당연히 모두 막대기를 쉽게 부러뜨렸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내려 오고 있다. 한국 전래동화에도 있고, 외국 문장에도 있다. 로스차일드(Rotschild,독일어로는 로트실트) 가문의 공식 문장에는 5개의 화살을 쥔 손이 그려져 있다.

다섯 개의 화살은 유럽 각지로 흩어져 은행을 차린 다섯 명의 아들을 의미하며, 암셸, 잘로몬, 네이선, 카를, 제임스이다. 화살은 아버지가 임종 시에 다섯 아들들에게 들려 준 스키타이 왕의 화살 이야기를 듣고 문양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은행을 운영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공비결은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결속력이다. 둘째,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인맥과 정보력이다. 셋째, 뛰어난 정보 분석력에 기초한 과감한 기회활용의 실천력이다. 넷째, 탁월한 아이디어 발상이다. 다섯째, 신앙에 기초한 불굴의 정신이다.

이러한 사상적 기조를 가진 이스라엘이 최근 모범적인 벤처창업국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 국가의 성공비결은 혁신, 기술, 실용성, 창의력, 도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바탕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는 탈무드와 트리즈에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후반에 이스라엘을 변혁시킬 큰 사건이 일어난다.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유대인 과학자 수백만 명이 이스라엘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 숫자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수십%를 차지할 정도로 중대한 변화이다. 이들 망명자의 실체는 무엇인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 트리즈를 기반으로 과학을 부응시킨 실제 세력인 것이다.

전통적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장작에 1990년대부터 싹튼 강력한 정부주도의 요즈마 펀드라는 자금력이 불꽃을 지피고, 러시아에서 들어온 창의력 집단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부흥의 실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기업의 지속성장과 창조경제 부흥의 가장 기초다. 기업 혁신과 창조경제에서 트리즈를 빼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요컨대 혁신과 창조의 가치관, 실행을 위한 자금원, 혁신의 중추인력, 혁신의 이론적 기반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사상, 자금, 사람, 신념, 기술 중 무엇이 부족한 지 깊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기 박사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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