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두 세 사람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3,597개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세계 협동조합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협동조합을 만든 신기록을 세웠다.

협동조합 성공확률, 중소기업 성공확률 만큼 적어
많은 협동조합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은 협동조합이 “갑”의 횡포, “고용 없는 성장”로 대표 되는 대기업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표류하고 있다. 설립된 협동조합의 50% 이상이 아직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G밸리에서도 수 십개의 협동조합이 출범하였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없거나, 피상적인 공동구매로 성과가 미미했다. 공동판매를 모델로 하였지만, 기존 유통구조나 편의에 익숙한 소비자와 시장을 단 기간 내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같이 출자하고, 같이 경영한다는 원칙은 바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는 것과 종이 한장의 차이다. 대부분 창업기업의 성공은 초인적인 인내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24시간 내내  매달리는 기업인들의 자세에 달려있다. 이렇게 하고도 십중팔구는 2~3년 내 도태되는 현실에서, 협동조합이  “공유의 파멸“로 연결 된다면 백중 구십구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동질성 가진 조합원들의 이익 찾기
최초의 협동조합은 1844년 영국의 공장노동자들이 만든 로치데일 협동조합이다. 낮은 임금과 치솟는 생필품 가격에 고통 받던 로치데일의 직물공장 노동자 28명이 1파운드씩 걷어 초라한 가게를 하나 만들고 여기서 식료품을 구입하여 조합원에게 공급하면서, 시작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이론이 정답이다. 로치데일에서 보듯이 현재의 조합원들이 “함께할 때 공유할 수 있는 이익”이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조합원들이 모여야 한다. 조합원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유통채널을 만들고, 거창한 전시장, 판매장을 해 보겠다는 등등의 사업모델은 그 모든 리스크를 지고 가야하는 고 위험 고수익의 사업이다. 벤쳐기업들이 하는 모델이다. 협동조합은 결코 벤쳐기업이 아니다.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G밸리의 성장과 비전
전국 40여 국가산업단지의 총생산액 600조원, 총 종사자 100만명의 시대에  G밸리는 생산규모는 2% 에 불과하면서도, 고용창출의 15%를 맡고 있는 착한 산업단지다. 수도권 역차별을 묵묵히 견뎌내며, 청년고용,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말없이 달성 해 왔다.

G밸리 기업인들은 가장 “친 협동조합적”인 선의와 공유의 기업가 정신을 담고 있다. 더 많은 협동조합 기업의 리더들이 G밸리에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G밸리는 동질성을 가지는 1만2천여 기업과 16만명의 근로자들이 있다.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유의 이익을 가지는 동질적인 기업, 근로자 그룹이 몇백개는 될 것이다. 이점에서 G밸리는 가징 기본적이고 모범적인 협동조합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문화와 교육의 불모지라는 G밸리에 젊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모여 문화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협동조합, 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미활동, 건광관리, 육아에서 전문교육까지 다양한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필요한 이들이 모여 공유하고, 나누는 협동조합을 만들자. 이제 G밸리의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우리 모두의 공유의 이익”을 찾아 나설 차례다.

유지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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