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와 중앙아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자부심’

지난 13일 목요일 정오께. 서울 신대방1가 태웅빌딩 지하1층에 있는 아울로스 홀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아저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1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끌벅적해지자 홀 입구 테이블에는 누군가 점심 식사용으로 준비한 피자가 10판 정도가 도착한다. 간단하게 피자로 점심을 때운 이들은 곧바로 아울로스 홀로 이동해 목청을 다듬고 합창연습에 들어간다.

G밸리합창단에 최근 입단
일주일에 한번 매주 목요일날 합창연습을 위해 모이는 이들은 G밸리 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G밸리 CEO 합창단’이다. 회사 경영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CEO들이지만 합창에 대한 열정하나로 뭉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한재동 태웅로직스 대표도 포함돼 있다. 합창단이 연습실로 사용한 아울로스홀도 한 대표가 재작년 인수한 빌딩 지하 1층을 지난해 10월 음악 공연장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마인드가 남다른 사람이 바로 한 대표다.

“어릴 때 교회에 나가 찬양대 활동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친해지게 됐습니다. 건물 지하는 어떤 용도로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 G밸리 내에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는 걸 듣고 공연장으로 꾸미게 됐습니다. 합창단 연습뿐만 아니라 소규모 음악회도 자주 개최하는데 G밸리 내 기업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이곳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태웅로직스 화물차가 중앙아시아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대학 졸업 후 7년 뒤 창업
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물류회사 동아해상에서 7년간 근무한 후 ㈜태웅로직스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전체 직원이라고 해 봤자 5명에 불과했지만 18년 사이 태웅로직스는 놀라울 만치 성장했다. 전체 직원은 현재 150명에 이르며 한해 화물취급량도 15만TEU나 된다. 전세계 13개 국에 해외지사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우리 회사가 아마 물류회사 중 톱 클래스에 들어갈 거라고 자부합니다. 처음에는 물론 쉽지 않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공략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웅로직스 같은 회사는 이쪽 업계에서 흔히 3자 물류회사로 불린다. 3자 물류회사란 자사의 물류부서(1자 물류)나 자회사를 이용한 운송(2자 물류)이 아닌 외부 회사를 활용한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를 지칭한다.

3자 물류회사 중 ‘톱 클래스’
이 회사의 주력 취급품목은 폴리에틸렌 등 화학 관련제품이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와 남미 시장에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남미 시장은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한류 드라마와 가요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만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마인드가 강해 아직은 외국인이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죠. 우리 회사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는데 중소기업 중 남미에 해외지사를 운영하는 회사는 태웅로직스밖에 없을 겁니다.”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장도 맡아

한재동 대표
한 대표는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세종문화회관의 CEO 과정을 수강하면서 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지인의 권유로 지금은 세종문화회관 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후원회원 중 대다수가 한 대표의 권유로 후원회에 가입했을 만큼 이쪽 일에도 남다른 열과 성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의 바람이 있다면 문화를 아는 사람이 G밸리 내에 늘어나는 것.

“G밸리에는 회사와 식당은 많지만 문화와 관련된 시설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문화를 제대로 즐길 줄 알고 또 이를 통해 생산성도 높일 줄 아는 근로자들과 기업인들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 대표 본인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만큼 태웅로직스 직원들의 정서 함양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 가까이 되는 35명이 그가 조직한 사내 남성합창단 멤버로 활동 중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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