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와 소금장수

무더운 여름날 상인이 당나귀를 몰고 소금을 사러 바닷가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더미 만한 소금을 지고 지친 당나귀가 냇물을 건너게 되었다.  당나귀는 그만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고 무거워서 비틀거리며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소금장수는 당나귀를 겨우 일으켜 다음 소금이 녹아버린 것을 걱정하였다. 반면에 당나귀는 일어나보니 그의 짐은 상당히 가벼워진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물이 소금을 녹였기 때문이었다.

상인은 다시 돌아가서 이전 보다 많은 소금을 그의 멜빵에 다시 채웠다. 그가 다시 냇가에 왔을 때, 당나귀는 똑 같은 곳에서 고의로 넘어졌다. 이후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이 이야기에서 세 가지를 살펴보자. 당나귀의 경험을 통한 미래 예측의 오류, 상인의 복수와 당나귀의 반격, 당나귀와 상인의 공생 관계 등이다. 우리는 당나귀의 이야기를 사건이 발생한 그 공간, 그 시간, 그 관계 하에서 바라보는 심리적 관성이 있다. 트리즈에서는 시스템적 사고와 미래 예측 원리에 대해서 배운다. 시스템적 사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시간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확대 축소하여 바라보고, 공간적으로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확대 축소하여 바라보고, 연결 관계에서 상호 공생관계 측면에서 바라보기를 권한다.

먼저 당나귀의 미래 예측 오류를 살펴보자. 당나귀는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한 가지를 배웠다. 물에 빠지면 가벼워진다. 그러나 여기에 오류가 있다. 당나귀는 원리를 배운 것이 아니라 현상을 배웠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때 원리에 따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예측한다. 유명한 과학자나 기업가들의 예측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리즈는 이것을 해결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상인의 복수와 당나귀의 반격을 살펴보자.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당나귀와 상인 간에는 유사한 경험아 있었을 것이고, 미래에도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당나귀는 다시 복수할 기회를 노릴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원동력이 당근과 채찍인지, 비전과 자존감인지. 트리즈에서는 저절로, 스스로, 최소 비용으로, 유해한 작용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설정한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나 간부는 조직의 비전을 어떻게 공유하고 자존감을 높일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나귀와 상인의 공생 관계이다. 이들은 기존의 패러다임 하에서 경쟁의 틀 안에 같혀 있다. 경쟁이란 한 쪽에 이득이 다른 한 쪽에 해가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나귀의 입장에서는 짐이 가벼워야 하지만, 상인의 입장에서는 짐이 무거워야 돈을 많이 벌게 된다. 따라서 이들 사이에는 항상 한 가지 목표에 대해 모순이 발생한다. 트리즈에서는 이와 같은 모순에 대해서 해결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40가지 원리 중 부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당나귀의 짐에 헬륨 풍선을 달아 가볍게 해주면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모순이 해결된다.

김영기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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