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복잡한 금융용어보다 똑똑한 지점장을 잘 사귀는 게 낫죠”

‘어려운 펀드나 벤처관련 용어보다 똑똑한 지점장을 알아 두라’
지난 20일 쉐라톤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제 27회 G밸리 CEO 포럼에서 조헌수 IBK 기업은행 남부지역본부장이 참석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조 본부장을 은행 집무실에서 만나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올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방향은 어떤 쪽인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똑똑한 지점장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는 CEO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중소기업의 대표님들은 시쳇말로 ‘먹고 살기 바빠서’어렵고 복잡한 용어들은 잘 모릅니다.모태펀드니, 벤처캐피탈이니, 엔젤펀드니 해도 ‘그냥 그런게 있나’하는 정도지 정확하게 아는 분은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똑똑한 지점장’과 친하게 지낸다면 따로 머리 싸매고 이러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전공파트인 만큼 대표님들의 이러한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지점장들과 친하면 어떤 게 도움이 됩니까?
“우리 기업은행의 지점장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에 입사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 정책자금 활용법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R&D 개발자금이나 창업자금 등에 대해 어떤 시중은행보다 더 잘 알게 되는 거지요. 정부의 정책자금이 한해 약 5조원가량 되는데 우리 기업은행이 대부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틀림 없습니다.”

-‘대출에서 투자’로 중소기업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창조금융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금융의 패러다임이 대출에서 투자로, 담보에서 기술력 및 성장성으로, 단순 자금지원에서 육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역량과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 최근 들어 투자금융부가 주목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투자관련 예산이 따로 있나요?
“예. 약 1000억원 정도가 책정돼 있습니다. 이중 500억원은 중소기업에 직접투자하는 것이고요, 나머지 500억원은 모태펀드나 창투사 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입니다. 요즘 트렌드가 대출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투자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기존에 은행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예대마진’이었죠. 즉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은행의 주수익원이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투자는 이와 다릅니다. 투자는 IPO(상장을 통한 기업공개)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일반 시중은행이 쉽사리 중소기업 관련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기업가치 평가죠.기업가치평가라 하면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가 어는 정도인지를 냉철하게 분석,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은 그 기업이 갖고 있는 핵심기술에 대한 평가, 즉 기술평가 작업입니다. 기술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신설했습니다. 기술평가팀은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벤처기업을 가려내 이들이 기술과 지식을 담보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술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해 줍니다. 이를 위해 특허•실용신안 등 우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중점적으로 발굴 중입니다.”

-자체 기술평가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들었습니다.
“조만간 IBK기술평가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기업은행의 전 지점에서 기술평가를 신청하고 그 평가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구축할 방침입니다. 특히 일정규모 이상의 대출 및 투자 지원시 기술평가를 의무화해 중소기업 금융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담보부대출 중심에서 기술금융 중심의 투•융자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기업은행은 타행보다 특히 동반성장에 관심이 많은데요.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기업은행은 단순히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비금융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2008년 11월 은행권 최초로 동반성장협력대출 펀드 1000억원을 조성한 이래 지난해 말 동반성장협력대출 펀드를 3조7000억원 조성해 6000여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4조7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습니다. 올해도 동반성장협력대출 펀드를 1조원 증액해 지속적으로 협력 중소기업에게 저리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비금융서비스로는 판로개척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업금융 파트에서 오래 근무하셨는데 좌우명이 있다면 들려주시죠.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너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죠. IMF 때 대우그룹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말이기도 합니다. 그때 이후로 항상 ‘감당할 범위 내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자’고 제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의욕만 앞세우다가는 꼭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걸 그때 교훈으로 참 많이 배웠습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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