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 체계 융자 중심에서 ‘투융자’ 중심으로…‘기술’ 중요시

‘산업은행’하면 많은 사람들은 국책은행과 대기업을 연상한다. 지금껏 덩치가 큰 대기업의 워크아웃 작업 등에 산업은행이 많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벤처‧중소기업의 성장에도 많은 지원을 한다. 다만 이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변갑주 산업은행 금천지점장을 만나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산업은행 하면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국책은행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예. 아무래도 국가 주요 기간산업의 부흥이 산업은행의 설립 취지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업은행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함께 상대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지요. G밸리 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인천 남동공단에도 산업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있습니다.”

-G밸리 중소기업들과는 어느 정도 거래를 하고 있습니까?
“숫자로만 보면 아직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밸리에 약 1만2000여 중소기업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중 산업은행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약 80여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차차 더 이 숫자를 늘려 나갈 방침입니다.”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산업은행은 특별히 올해 혁신·벤처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원 정책으로는 대표적으로 얼마전 내놓은 중소·중견기업 대상 성장 단계별 맞춤 컨설팅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KDB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컨설팅 프로그램은 창업 7년 이내 벤처 및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초기 경영전략, 자금조달 전략, 경영환경 분석 등의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성장·성숙기 기업에 대한 성장전략 컨설팅인 ‘KDB 점프’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매출액, 매출증가율 등 제한요건을 만족시켜야 제공했던 서비스를 모든 기업에 제공합니다.”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을 위해서는 ‘KDB 글로벌 하이웨이’라는 컨설팅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진출 추진 기업, 중소기업청 선정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해외진출 전략, 해외 사업성 타당성 여부 등의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합니다. 다만 중기청 선정 글로벌 강소기업은 수수료 일부를 정부가 지원합니다. 이러한 단계별 컨설팅 프로그램은 중소·중견기업으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중은행과 달리 산업은행은 기업투자도 활발하지요?
“산업은행은 금융지원체계를 융자 중심에서 투융자 관점(risk taking)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조금융의 선도기관으로서 기술평가역량을 제고하고 IP금융관련 신상품 개발을 확대 중입니다. 인수·합병(M&A)이나 Buy-out 펀드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매커니즘을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개별 지점이 직접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은행의 각 지점은 산업은행 본점의 축소판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투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들이 쉽사리 투자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벤처관련 투자는 산업은행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펀드 조성이나 인큐베이팅 작업 등을 해오면서 투자관련 경험도 많이 쌓았죠.”

-투자를 하다보면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나요?
“아무래도 그런 경우가 없을 수가 없죠.산업은행도 과거 기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례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술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런 변화하는 트렌드에 100%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죠. 수익을 중시하는 시중은행들로선 쉽사리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실패하는 경우도 생기곤 하는데 산업은행에선 어느 정도까지는 실패를 용인해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기업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입니까?
“뭐니뭐니해도 뛰어난 기술력이죠. 산업은행에서 기업을 지원할 때도 얼마나 시장성과 가능성이 있는가를 가장 먼저 봅니다. 현재 산업은행이 포스코와 함께 지원하는 기업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이 회사는 ‘저압발전기’를 개발하는 회사인데요, 아직 제품이 상용화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시장의 가능성은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압발전은 산업의 어느 분야에나 두루두루 쓰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기업에 대해선 포스코나 산업은행이나 자금지원은 특별한 제한없이 이뤄지게 됩니다.”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는 이제 마무리 되었나요?
“그동안 민영화 논의가 계속 있어 왔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와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산업은행이 2014년을 민영화 정책 폐기 이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는 해로 삼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지만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도 이러한 맥락에서 순조롭게 진행돼 나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와 합병이 이뤄지면 기업금융에 있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