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도 이미 3차례 공연…‘멋진 아빠’소리 들을 때 보람 커

G밸리 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 두 가지를 말해 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G밸리 CEO포럼’과 ‘G하모니’를 꼽는다. 이 중 ‘G하모니’는 특히 CEO들만으로 이뤄진 합창단이라는 점에서 G밸리뿐만 아니라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G하모니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 베드로 지휘자(백제예술대 음악과 겸임교수)를 만나 G하모니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떻게 G하모니를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4~5년 전이었던 같습니다. 이곳(G밸리)에서 클래식 거리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오페라 바리톤 가수로 기획을 하고 노래까지 맡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는 둥 마는 둥 그냥 지나쳐 버리는 거예요. 걔중에는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까지 있었어요. ‘아~음악이 이 사람들에게는 소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게 사는 걸 아니까 어느 정도 이해도 됐지만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지요.”

-당시의 안타까웠던 심정이 G하모니 창단으로 이어진 셈이네요.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셈입니다. 예전에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이곳이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 몰라보게 바뀌었잖아요. 이렇게 멋지게 바뀐 곳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CEO들로만 구성된 G하모니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청소년 복지관에서 ‘성악강좌’부터 열려고 그랬거든요. 그때가 4년 전인데 때마침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이 히트치면서 합창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지면서 G하모니 창단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운때가 잘 맞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합창단이 어느새 4년이나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처음엔 한 20여분 정도로 출범했어요. 그때만 해도 2부 화음도 제대로 못낼 정도로 ‘초짜’였어요(웃음). 일만 하고 합창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죠. 하지만 초기부터 합창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들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분들이 많다 보니 단원들끼리 화합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 정식으로 G하모니에 등록된 분은 약 100여명 정도 되는데 꾸준히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은 약 50~60명 정도 됩니다.”

-합창단의 실력이 꽤 높다고 들었습니다.
“합창단원들 중에서 소리가 좋은 분들이 꽤 있습니다. 다만 전문적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아 개발이 안 됐을 뿐이죠.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들이 있는 분들이 모이다 보니 조금만 지도를 해줘도 금방 흡수를 하고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원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시간을 투자하라고 말입니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갑자기 몇 달 만에 잘하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소리란 인내와 겸손으로 꾸준히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지휘자로서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요?
“G하모니는 재작년부터 연말에 정기공연을 갖고 있습니다. 1회 때는 단원들이 전부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금나래 아트홀에서 공연을 했는데 ‘빅히트’를 쳤습니다. 공연을 본 합창단원 가족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공연을 본 한 자녀는 ‘지금까지 봤던 아빠의 모습 중 가장 멋진 모습이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 가족이 별로 말이 없었답니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자녀는 자녀들대로 ‘따로국밥’이었는데 그날 공연 이후 가족들간에 ‘끈끈한 소통’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정말 고마워하더라고요. 덕분에 그날 뒷풀이도 그분이 거하게 쏘았지요(웃음).”

-G하모니를 초청하는 곳도 많다고 하던데요?
“CEO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이라는 개성 때문에 기업체 관련 행사에는 자주 초청을 받고 있습니다. 어떨 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기도 하죠. 소문이 나면서 청와대 공연도 이미 세 차례나 가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서 2번,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1번 G하모니의 ‘실력’을 보여줬지요. ‘높은’분들 앞에서 ‘검증’을 끝내서인지 이제는 어떤 무대에 가도 단원들이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제 실력을 100% 발휘하고 있어 아주 좋습니다(웃음).”

-G밸리를 향한 원대한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G밸리를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멋진 첨단 디지털 밸리로 만드는 게 제 오랜 꿈입니다. 이미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문화적 마인드가 사람들 사이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합창단이 아닌 CEO들로 구성된 G하모니를 꾸린 것도 CEO들의 마음이 문화지향적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직원들은 회사 대표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우리 G하모니가 G밸리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멋진 곳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훌륭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장 베드로 지휘자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과 프랑크 푸르트 등에서 10여년간 공부한 ‘실력파’오페라(바리톤) 가수다. 99년 귀국 이후 백제 예술대 음악과 겸임교수로, (주)한국미래문화예술센터 대표로 후진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장 지휘자는 특히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과 더 가깝고,재미있게 만드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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