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만발했던 벚꽃이 지고, 신록의 봄이 시작되고 있다. 벚꽃은 폭발하듯 아름다움을 분출하는 꽃이지만 그 수명은 아주 짧다. 개화 후 만개까지 5일이 걸리고 다시 5일이 지나면 낙화가 시작된다. 그 덧없음을 일컬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중소기업 창업에서 10개월 버티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2.3년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평균이다.평균 속에는 신생 중소기업이 창업 후 2년 뒤에도 생존하는 확률은 50%에도 못 미치고, 5년 내에 4분지 3이 폐업한다는 사실도 담겨져 있다.

전국 40여 국가 산업단지 중 G밸리의 근로자 수는 전체산업단지 근로자의 15%에 달하지만, 그 생산액은 2%에 불과하다는 점을 대입해보면, G밸리의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실정도 같을 것이다. 1만2,000여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지식산업단지가 된 것이다.

G밸리의 창업의 주축은 IT, 엔지니어링 등 지식산업단지 특성에 맞추어 대기업, 전문기업에서 조기 퇴출된 전문직종의 중·장년층이 많다. 이들이 창업해서 초기 자본금이 바닥날 때까지 버텨내기가 녹녹치 않으니 중소기업의 처지야말로 ‘화무십월홍(貨無十月紅)’이 아닐까.
 
꽃보다 잎을 보고 나무를 보다
최근 발표된 ‘중국 중소기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 중소기업 평균 수명이 2.5년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 수명은 요절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등록된 중소기업은 1,000만 개를 넘어 총 기업 수의 90%를 차지한다. 도시 일자리 중 75%를 담당하면서 중국을 G2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흥망의 책임과 과는 개인이 져야 하고, 성과는 나라의 몫이다.

G밸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중소기업인 들의 좌절을 도외시 하면서, G밸리는 서울에서 가장 큰 고용창출 시장이 되어있다. 100여동이 넘는 지식산업센터 가 들어섰고, 지금도 수많은 건물들이 착공되고 있다.

꽃들은 속절없이 지는데 신록의 잎들은 새로운 여름을 준비한다. 이제 곧 무성한 잎으로 성하의 여름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차곡차곡 나이테를 키우며 제몫을 다하고, 제몫을 찾아갈 것이다. 구로공단 50년의 역사처럼, G밸리는 기업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딛고, 늘상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창업 교육은 반품이 없다?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경우 창업 준비기간이 3개월 미만인 기업은 46.6%이고, 1년 이상의 준비된 창업 기업의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 떠 밀려서 하는 창업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어설프게 시작한 창업은 필패로 이어진다. 창업은 리스크와의 생존게임이다. 확실하다 믿었던 아이템과 기술, 고객들과 초기 자금은 지는 벚꽃과 같다.

수많은 창업 전문가들의 이론과 교육과정들이 넘쳐 난다. 한철 꽃의 시절을 쫓는 창업교육들이 횡행하고 있다. 나무와 숲을 보는 창업교육보다 자사 제품이나 가맹점 하나라도 늘리려는 달콤한 창업교육을 믿을 일이 아니다.

그 수많은 창업교육을 거쳤지만, 더 많은 창업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기관마다 앞장서고 있는 실적위주의 창업교육이나, 뿌리조차 불분명한 각급단체의 창업교육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순전히 창업자의 선택과 책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부터 창업교육의 리콜이나 반품제도를 만들어 봄직하다.

유지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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