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과 유비무환

2014년 한해는 유난히 충무공 여해(汝諧) 이순신이 그리워지는 해이다. 세월호 사고를 비롯하여 수많은 수재와 화재가 전국민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전준비도 사후처리도 모두 엉망진창인 현실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다시 새겨본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 하루 전에 수많은 일본군이 침입하고 있다는 척후보고를 받은 후 부하들을 모아 놓고 비장한 각오를 다짐했다. 반드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必死則生),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必生則死). 실제로 울돌목에서는 적선 일본 배가 아무리 많아도 몇 척 이상 못들어 온다는 점을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장군은 전략적으로 울돌목을 선택한 것뿐만 아니라 물살의 흐름 같은 자연 조건 까지 다 이용했다. 이는 전수 파악과 철저한 사전 준비에서 얻은 숭리이다.

트리즈의 40가지 발명원리 중에서 유비무환에 해당하는 것이 세 가지나 있다. 사전 반대조치, 사전 준비조치, 사전 예방조치가 그것이다. 제9원리인 사전 반대조치는 사전에 요구되는 작용 또는 반작용을 수행하거나, 미리 작용의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갖는 물체를 충전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반작용이란 문제가 되는 작용을 반대로 한다는 것이다. 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리 식히고, 저온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리 데우는 식이다.

제10원리인 사전 준비조치는 사전에 요구되는 작용을 수행하거나, 미리 물체를 최상의 동작위치에 두고 공급에 필요한 시간 낭비를 피하는 것이다. 물체에 필요한 변화를 미리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취하는 것이다. 가장 편리한 위치에서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물체의 위치를 미리 잡아놓는다.

제11원리인 사전 예방조치란 어떤 물체의 신뢰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 미리 준비된 비상수단을 써서 보완하는 것이다.

사전조치 원리의 핵심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사전에 조치를 취함으로써 총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적절한 사전 조치를 거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사람간의 관계도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활용하는 인간관계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함께 같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기업도 고객과의 관계에서 현재의 작은 선행 투자가 미래의 큰 이익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연구개발 투자나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장기 성장의 기반이 되는 것은 같은 이치이다.

제발 목전의 이익 보다 장기적인 이익이 우선되고,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이익(사리사욕)보다 공공의 이익(의리)가 우선되는 사회가 하루 빨리 앞당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바로 나, 지금, 여기에서 하나씩 우리 모두가 실행하고 고치고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김영기 박사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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