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36계와 40발명원리

병법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36계 줄행랑”일 것이다. 그만큼 병법 36계는 우리가 잘 아는 듯하지만 제대로 돌아본 적이 별로 없다. 만들어진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대개 5세기까지의 고사를 17세기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기에 수집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941년, 산시성 빈현에서 재발견되어 시류를 타고 대량으로 출판되었다. 여러 가지 시대의 고사와 교훈이 여기저기 들어있어 중국에서는, 병법서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손자병법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병법36계는 소위 말하는 정통성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처세철학을 내포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었다. 목판으로 간행하거나 필사되긴 했지만 당시 지식인들이 서가에 놓아 드러내는 것은 꺼려했다.

병법 36계는 전쟁의 상황에 따라 대응전략을 6가지로 구분하고 그것을 다시 6가지씩 세분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마지막 36계에는 모든 전략이 여의치 않거든 도망가라는 최종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트리즈에서 제시하는 물리적 모순 해결원리인 3가지 분리의 원리 및 40가지 발명원리와 체계가 비슷하고, 40번째 마지막 발명원리인 모든 것이 안되면 각각의 특성을 가진 것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라는 복합재료와도 매우 흡사하다.

병법36계는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功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幷戰計), 패전계(敗戰計)의 6가지 상황을 가정한다. 승전은 충분히 이길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사용하는 작전을 뜻하며, 적전은 적과 대치를 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작전을 뜻하며, 공전은 적을 공격하려고 도모하는 작전을 뜻하며, 혼전은 적과 더블어 혼란한 국면에 사용하는 작전을 뜻하며, 병전은 적을 겸병하려고 할 때에 사용하는 작전을 뜻하며, 패전은 세력이 약한 자가 강한 자와 싸움을 할 때 사용하는 작전을 뜻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격13가지 덕목을 체계화하고 실천하였다. 왜 사람들은 병법36계, 40가지 발명 원리, 인격13덕목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 각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이상적인 해결안(Ideal Final Result, IFR)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급박하고 바쁜 상황에서 잊어먹지 않고 즉시 기억하며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화두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여러 가지를 섭렵함 다음에 한가지로 요약 정리하고자 노력하였을 것이다.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의 결과가 단지 몇 줄의 단어로 압축되었다. 우리는 거저 떠먹기만 하면 된다. 구구단을 외우는 데는 고통이 따르나, 외우면 평생 삶이 편해진다. 그러나 외우지 않더라도 삶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선택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김영기 박사
국제기업기술가치평가사 / 국제TRIZ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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