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시대 … 먼저 고객 찾아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

국내에 등록한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가 ‘고소득 전문직’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다. 변호사들 간에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법무법인 동안의 조민행 대표변호사는 이제 변호사들도 바뀌어진 시대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먼저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변호사를 만나 법률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편집자 주>

 
국내 등록 변호사가 어느새 2만명을 넘어섰다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한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본다면 2500명당 변호사가 1명, 어린이와 학생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구 1천명당 변호사 1명 시대가 온 셈입니다. 변호사 숫자는 늘었지만 대형로펌 위주의 사건 ‘쏠림 현상’도 심해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명암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호사가 늘어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변호사 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2009년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영향이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해마다 신규 등록하는 변호사 수가 970명 수준이었지만 2012년 1기 로스쿨생이 졸업하면서 변호사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문인력이 연간 2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변호사 개업만 하면 고소득을 올리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지난 2012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로 등록한 변호사 중 연간수입이 24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비율이 17.2%에 달하고 있습니다. 월평균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 비율은 2009년 14.4%에서 2010년 15.5%,2011년 16.1%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확실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법률시장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변모될 것입니다. 새롭게 바뀐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 중에는 변화를 못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원래 법조계가 좀 보수적인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꺼번에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죠. 하지만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전관예우라든지, 잘나가는 일부 대형로펌의 경우 등 국민들의 눈에는 법조계가 여전히 ‘부유’해 보이겠지만 조금만 눈을 아래로 돌려보면 힘들어하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그럼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고객들의 니즈에 발맞춰 특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과거엔 앉아서 고객들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G밸리 중소기업들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법률서비스나 변호사의 도움은 나와 관계없는 걸로 여기고 있는데요.
“그런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예컨대 법률계약서를 작성할 때 변호사들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들이 이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죠. 터무니 없는 실수 때문에 큰 손실을 입는 기업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꼭 기억해야 할 법률팀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도장을 찍기 전에 최소한 3번은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를 잘 몰라서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지만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서, 순전히 부주의함 때문에 당하는 경우도 예상외로 많습니다. 이렇게 되지 말자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비용생각을 너무하지 말고 곤란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법률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을 꼭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미래의 훨씬 더 큰 피해를 막아주는 지름길입니다.”

G밸리 기업인들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 밑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변호사뿐 아니라 노무사나 세무사 등 법률이나 노동, 세무 부문에서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인력들을 한데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도 가능한 한 비싸지 않게 책정을 해야 되겠죠. 지금도 G밸리내에 많은 변호사와 노무사, 세무사들이 있지만 통합적으로 한데 모여 중소기업 지원에 관한 일들을 하지는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우리가 적으나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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