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샤넬, 한 인간을 만나다

 
친절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입장료도 없고 작품 카탈로그도 무료, 오디오가이드까지 갖춘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이다.

샤넬의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잃지 않는 스타일은 오늘날까지  ‘샤넬 룩’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20세기 패션계의 여왕으로 불리며 최근 빌 게이츠, 스티븐 잡스 등과 더불어 위인전에도 등장하는 샤넬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아이들과의 동행을 추천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샤넬,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던 아버지는 그녀를 수녀원에 맡겼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샤넬에게 그곳은 단조롭고 답답했다. 하지만 수녀원 생활이 늘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녀원의 엄숙한 분위기, 성스러운 성당, 단색의 복장,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그녀의 작품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

이때부터였을까. 샤넬은 “내가 좋아하는 건, 길을 떠나는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자신이 밟았던 장소를 지고, 나르고, 결국엔 가져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가 ‘장소의 정신’이 된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유년기의 인상’을 시작으로 수녀원에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오바진의 규율’,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다룬 ‘다름이 주는 자유’, 여자로서 아무 걱정 없는 삶을 살던 르와얄리유 시절을 말하는 ‘성에서의 삶’, 패션 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잡은 ‘파리에서의 독립’ 등 샤넬에게 각각의 장소들은 영감의 주체가 되는 곳이다.

디자인은 무언가 특별하고 별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것을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이런 샤넬의 여정을 함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한 객관적인 사실들을 단순히 연대순으로 따라가는 방법과 그녀가 꿈꿨던 삶, 그녀가 애착을 느꼈던 작품,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샤넬 룩’을 중심으로 보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