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만 되면 자꾸 코로 손이 가곤 한다. 계속 코를 씰룩씰룩 움직이는가 하면, 이유 없이 코피를 쏟기도 한다. 이런 증상으로 걱정이라면 이비인후과 진료부터 받아보자. 특히 건조한 가을 그 증상이 더해진다면 코 건조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비강건조증은 자칫 코에 염증을 동반하거나 코피까지 자주 쏟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콧속이 자꾸 땅기듯 간질간질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이효숙(40)씨는 요즘 코피를 자주 쏟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비강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비강건조증은 콧등 쪽의 빈 곳인 비강이 건조해지는 증상을 뜻한다.
 비강건조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콧속이 마르고 건조해지는 것.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용복 교수는 ‘콧속이 땅기듯 간지럽고, 코를 만지면 통증이 느껴지며, 점막이 벗겨지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비강건조증의 증상으로 꼽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콧속에 이상 감각, 가려움, 악취, 후각 감퇴 등의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김효열 교수는 “콧속이 불편하다고 자주 코를 후비거나 자극을 주면 코의 점막이 헐고 얇아져 코피가 나거나 비중격 천공(코 안에 구멍)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건조한 환경, 비염 등이 있다. 특히 일교차가 커지고 코 점막이 자극을 받기 쉬운 환절기에는 비강 내 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다 문제를 일으켜 코 점막의 점액 분비 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환절기에 심해지는 비염도 비강건조증을 악화하는 요인. 더불어 노인이나 신부전증이나 항암 치료 환자, 고혈압, 당뇨 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도 코 점막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어 비강건조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한의학적 접근도 흥미롭다. 려한의원 강소정 원장은 “폐장이 촉촉해야 비강도 촉촉하게 유지되는데, 폐장에 화기가 맺히는 경우 열기로 인해 콧속이 마른다”고 밝힌다. 그밖에 풍열의 상승, 진액과 혈기의 손상 등도 비강 건조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져
치료를 위해서는 비강건조증을 일으킨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김용복 교수는 “코 점막의 염증에 따른 것이라면 바셀린처럼 기름기가 많은 연고를 콧속에 발라주면 완화되지만, 오래된 비전정염이나 습진이 동반된 경우라면 항생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가 답답하다고 해서 코를 후비면 코털이 있는 부위가 감염되어 비전정염까지 발생하기 쉬우므로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
 비강 건조로 보다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소아다. 아이들은 스스로 감별하기 어려우므로, 코피를 자주 흘리거나 코딱지가 많아 숨 쉬기 힘들어한다면 비전정(콧구멍 초입 부분)의 건조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강소정 원장은 “비염에 따른 비강건조증을 앓는 소아의 경우, 비염이 심해질수록 증상도 심해지므로 비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특히 아이들은 코가 건조해지고 막히면서 입으로 숨 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입으로 숨 쉬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고. 입으로 숨을 쉬면 입이 건조해지고 구강으로 바이러스, 세균의 침입이 높아져 목 안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는 폐장의 화기를 내려주고 진액은 보충하는 처방을 쓰는데 생지황, 맥문동, 행인 등이 비강건조증에 도움이 되는 약재다. 더불어 황련을 달인 물로 비강을 세척하는 것도 염증으로 점막이 벗져지기 쉬운 코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음식으로 예방하기
 코는 외부에서 호흡한 공기를 축축하게 해주는 가습 작용을 하는 기관이다. 비강건조증 역시 환경적인(특히 습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김효열 교수는 “코 건조증이 의심되면 콧속의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습도는 40~50퍼센트가 적정선.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많이 마시거나 가습기 등으로 구강이나 기관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비강건조증을 예방하는 생활법. 가습을 할 때는 물속에 국화나 박하 잎, 방풍, 당귀, 생강 달인 물을 조금 넣어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특히 가습기는 청결한 상태에서 사용해야 비강건조증에 따른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음식 처방도 중요하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너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견과류는 점막을 촉촉하게 보호하기 때문에 수시로 먹으면 좋다. 수분이 많은 과일과 채소도 몸의 체액을 맑게 하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폐에 울결된 열을 식혀주는 은행과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되는 부추 등도 비강건조증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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