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과실 속에 숨어 있는 동그랗고 딱딱한 씨앗 호두. 그 씨를 깨고 속껍질까지 떼어내는 과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고소한 호두를 입 안에 넣으면 그간의 노고가 싹 사라진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나무 열매라는 호두. 그 속에는 호두의 뛰어난 영양가가 숨어 있다. 이 가을, 호두의 역사부터 영양, 치료 효과, 건강 레서피까지 담아본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나무 열매
 호두를 맛보기 전, 호두의 역사부터 알아보자. 기원전 7천년, 일명 ‘페르시아 호두’라 불리던 중동 지방의 이 나무 열매는 이후 그리스를 통해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지중해 연안까지 알려졌다. 당시 호두는 상당히 귀한 열매로, 초기 로마제국 사람들은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바치기도 했다. 특히 고대에도 호두의 치료적 기능에 주목했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두의 모양이 사람의 뇌를 닮아 머리에 상처 났을 때 치료제로 활용했다고 한다.
 호두가 전 세계에 보급되기 시작한 건 중세 시대 영국 상선이 활약하면서부터. 이때부터 ‘영국 호두’로 알려지다 18세기 중엽에는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지중해 연안과 기후가 비슷한 캘리포니아에서 잘 자랐다는데, 1867년 샌타바버라 지역의 조셉 섹스톤이라는 농부가 최초로 상업용으로 재배하면서 호두 농업이 활성화되었다. 호두는 나무를 심은 뒤 6~8년 뒤에나 첫 수확이 가능한데, 이렇게 첫 수확이 시작된 후에는 무려 100년 가까이 열매를 맺는다. 생명력 만큼이나 보관 기관도 길어 늦은 8월부터 늦은 11월까지 수확하면 한 해 동안 저장해놓고 먹기에도 좋다.
호두 한 알에 담긴 영양의 놀라움
 호두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 있어 예부터 영양의 보고로 불려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된다는 오메가-3다. 호두 속 지방산의 76퍼센트에 달하는 복합불포화지방산은 오메가-6와 오메가-3로 나뉘는데, 특히 호두는 오메가-3의 모체 성분(알파리놀륨산, 호두 28.35그램당 2.75그램)을 섭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식물성 기름엔 오메가-6가 많은 편. 문제는 과학자들이 권하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최적 비율은 4 : 1인데, 우리가 평상시 섭취하는 식사 속 비율이 14:1~20:1에 이른다는 점이다. 식사시 호두를 함께 먹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단에 호두를 넣으면 오메가-6의 양은 줄고 오메가-3의 양은 늘어나는 것. 캐나다, 영국, 일본에서 정해놓은 오메가-3의 1일 섭취량은 1~2그램이다.
 다음으로 주목받는 영양소가 단백질이다. 호두 속 단백질 함량을 살펴보면 100그램당 15.23그램에 이른다. 따져보면 호두 45그램이 고기 28그램과 맞먹는다. 중요한 건 호두의 단백질은 모두 식이성이라는 사실이다. 흔히 단백질의 질이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에 달려 있다 하는데, 호두 속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9종 함유되어 있다. 모두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 충분히 생성할 수 없어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이다.
 각종 비타민도 주목의 대상이다. 그중 항산화제 성분으로 알려진 비타민 E는 호두의 자랑거리다. 흔히 과일은 a-토코페롤이라면 견과는 g-토코페롤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호두 속에는 10그램당 24.46밀리그램에 달하는 g-토코페롤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g-토코페롤이 전립선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호두를 먹으면?… 끊이지 않는 연구 결과들
 호두는 영양뿐만 아니라 치료적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세계 곳곳의 연구기관에서 호두의 기능을 연구해온 것. 호두를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자.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호두를 매일 1.5온스(약 42.5그램) 섭취하면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연구 결과가 그 토대다. 호두에 함유된 오메가-3가 혈소판의 염증과 응고를 감소시키고, 체내 수용성 단백질 감소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 일명 ‘바르셀로나 연구’로 불리는 결과다. 음식 속의 지방질을 호두로 대체하면 성인들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것. 지중해식 식단과 단순 불포화지방을 호두로 대체한 식단을 비교해본 결과, 호두 이용시 혈청 콜레스테롤 4.1퍼센트, LDL 콜레스테롤 5.9퍼센트, 지단백질 6.2퍼센트가 낮아졌다고 한다.
 유방암이 억제된다 최근 새롭게 발견된 호두의 효능! 미국 암학회에 따르면 매일 2회 정도 호두를 먹으면 유방암 억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호두의 비타민 E, 오메가-3 등의 노화 방지 성분이 그 요소들. 사람의 유방암 종양을 주입한 쥐 22마리에게 반은 호두를 먹고, 나머지 반은 옥수수기름과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을 먹인 결과 35일 뒤 호두를 먹인 쥐들의 종양이 다른 그룹 종양 크기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암세포의 성장을 느리게 함은 물론, 항 염증 효과까지 거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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