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민재 만화가

현상모집 당선작
19세기 중반 미국 상류사회에서 크게 유행한 것은 당구였다. 당구공도 상류사회에 걸맞게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로 만든 고가품이었다. 그런데 아프리카코끼리가 줄어들자 상아 수입에 비상이 걸리고, 당구공 생산은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때 당구공 회사의 대책은 당구공의 재료는 바꾸는 것이었고, 그 방법은 상아의 대용품 현상모집이었다. 상금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인 1만 달러였다. 1863년 뉴욕의 거리에 나붙은 ‘당구공으로 쓸 상아의 대용품 현상모집. 상금 1만 달러’라는 내용의 현상모집광고를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상아의 대용품 개발에 뛰어 들었다.

이 때 하이엇이라는 청년도 이 현상모집 광고를 보고 동생과 함께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이엇은 16세 때부터 인쇄공으로 일했는데 이미 몇 건의 발명 경력이 있는 발명가였고, 그때마다 동생도 함께 연구를 하곤 했다.

이에 따라 하이엇 형제의 발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몇 차례의 실수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나무 가루와 물에 불린 종이, 헝겊, 아교풀, 콜로디온, 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반죽한 다음 단단하게 압축해서 당구공과 같은 모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당구공의 시초이다. 그러나 콜로디온이 마른 뒤에는 공이 수축되는 등 상아의 성능에는 크게 못 미처 상금은 일부 밖에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틀니와 주사위 등 각종 물건을 만드는 재료로 다양하게 쓰이면서 하이엇 형제는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하이엇 형제의 공동 발명
하이엇 형제는 서둘러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그 결과 1869년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 원조 격인 신물질을 발명할 수 있었다. 하이엇 형제는 자신들이 발명한 신물질의 이름을 ‘셀룰로이드’라고 지은 후 특허등록을 받았고, 회사도 설립했다.

한편, 하이엇 형제 덕분에 열린 플라스틱 시대는 페놀수지인 베이클라이트 발명으로 이어졌다. 베이클라이트는 미국화학자 베이클랜드에 의해 발명됐다. 베이클랜드는 1910년 제너럴 베이클라이트회사를 설립해 플라스틱의 실용화에 힘썼다.  그 뒤로는 화학자들이 앞 다퉈 다양한 종류의 합성수지 발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요소 수지, 멜라민 수지, 불포화폴리에스테르 수지, 에폭시 수지 등이 잇따라 발명되었다.

이 같은 발명에 힘입어 당구공의 품질도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현재 벨기에 살뤽사에서 제조해 세계당구공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아라미스 당구공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당구공은 화학적인 합성수지에 다양한 물질을 혼합해서 만든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성분은 극비로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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