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 스토리텔러

얼마 전, 서울 인사동에서 어느 전기수의 은퇴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수’가 무엇인지 모른다. 조선시대 후기에 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 소설사에서 18~19세기는 한 마디로 소설의 시대라 할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였고, 이 때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예능 전문인이라 할 수 있다. ‘전기수’라는 직업은 분명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맥이 끊기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문화를 공연예술로 재탄생 시켜, 끊어져가는 희미한 맥에 찬란한 빛을 비춰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탄생된 것이 바로 <연극 전기수>다. 

 
<연극 전기수>는 조선 최고의 전기수 ‘업복’과 다른 시대의 병조판서 ‘장붕익’ 등의 실재 야담을 바탕으로, 고소설 ’사씨남정기‘와 ’조웅전‘의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킨 희곡이다. 백중날 병조판서 장붕익이 연 잔치를 시작으로 본 연극은 시작된다. 최고의 이야기꾼 ’업복‘이 소설을 너무 실감나게 읽은 나머지 현실과 소설을 혼동하여 판단이 흐려진 한 사내가 칼을 집어 들고 ’업복‘에게 달려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을 전해들은 장판서댁 마님은 업복을 불러 소설 듣기를 청하고, 민씨를 질투하는 후실 허씨 또한 업복을 자신의 방에 들이려 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 전개될 수록 허씨를 비롯하여 장판서댁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점차 업복의 꼭두각시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시놉시스
백중날. 병조판서 장붕익은 평민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준다. 모두가 먹고 마시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는 전기수 업복도 있다. 사람들은 업복이 들려주는 소설에 빠져 울고 웃는데, 그 중 한 사내는 유독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업복이 소설을 실감나게 읽어준 나머지, 현실과 소설을 혼동하여 판단이 흐려진 것이다. 그러던 중, 소설 속 주인공의 죽음을 읽어주는 대목에서 사내는 칼을 집어 들고 업복에게 달려든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그 자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한편, 업복의 이야기솜씨를 전해들은 장판서댁 민씨마님은 업복을 규방으로 불러 소설 듣기를 청한다. 그날 저녁, 민씨의 방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던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게 된다. 민씨의 모든 것을 질투하여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빼앗고 싶어 하는 후실 허씨는 이 전기수를 자신의 방에도 들이기 원한다. 온갖 교태를 부려가며 장붕익을 설득한 끝에 전기수를 데려다가 앉히지만,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사내인지 계집인지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업복에게 호기심이 생겨 그를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업복은 허씨보다 한 수 위에 있었으니, 자신도 깨나 욕심이 있는 사내라면서 허씨가 후실인 이상 통정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허씨에게 정실 민씨를 쫓아낼 방법을 일러주게 된다. 허씨를 비롯하여 장판서댁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점차 업복의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마는데.

조정예 기자 yea7070@sgamtantimes.com

 | 공연명 | 전기수
 | 공연안내 |  2014. 10. 24~10. 26 국립극장 별오름,   2014. 11. 19~12. 7 대학로 시월소극장
   평일 8:00pm  토 3:00pm/6:00pm  일 3:00pm
 | 관람료 | 전석 25,000원(청소년 15,000원. 단체 10,000원~12,000원)
 | 관람연령 | 12세 이상  | 공연시간 | 90분
 | 주최/주관 | 극단목수  | 기획 | JH컴퍼니
 | 후원 | 서울특별시, 한국소극장협회
 | 극본 | 박윤희  | 연출 | 이돈용
 | 출연 | 최근창, 이성경, 정선아, 강왕수, 최윤서, 이훈선, 동하, 방승현, 우혜림, 최새봄
 | 문의 | JH컴퍼니 070-435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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