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부조리를 질문하다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도경수, 김강우
장르 드라마
관람 등급 12세 이상
개봉 11월 13일
지나치게 깍듯한 인사는 오히려 불편하다. 군대 사열식을 방불케 하는 개장 시간 대형 마트에서 받는 인사가 그렇다. 그 인사를 받다 보면 괜히 시선 둘 곳이 없다. 그들의 숙인 허리에 저마다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영화 <카트>는 그렇게 고개 숙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823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 이중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정규직 노동자 수를 넘어선 상태로,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 연령층에 분포되었다.

영화 <카트>는 주류 영화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로, 한국 사회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노동 현실의 문제를 삶을 통해 잔잔히 그려낸다. 

수학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을 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순박한 아줌마 옥순, 88만원 세대 미진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회사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관리자들의 온갖 지적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고 회사가 잘되면 자신들의 삶도 좋아지리라 믿은 그녀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힘을 합치는데…

이 영화는 아무것도 모르던 이들이 부당한 현실에 눈뜨고 자기 목소리를 낼 때,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공이 되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노동 영화이자 가족 영화고, 성장 영화다. 밥 한 끼, 편안한 잠자리, 따듯한 물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보길 권한다. 영화를 통해 가족의 ‘공기’를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러내는 부모의 삶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아르바이트비를 못 받아 분노하는 태영의 모습에서 친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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