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인가, 사랑인가

다가오는 2015년 1월 9일부터 3월 1일까지 안톤 체홉의 에로티시즘 미발표 단편을 극화한 연극<체홉, 여자를 읽다.(부제: 파우치 속의 욕망)>이 정동 세실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미 2014년 3-4월에 같은 극장에서 올라간 바 있는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은 기존의 작품에 새로운 변화가 시도된 2번째 버전이다. “니노치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의 단편들에서 가장 강력했던 “니노치카”가 빠지는 대신 새로운 단편인 “약사의 아내”가 등장한다.
 

 
밤 늦은 시간. 약사마저 잠들어버린 약국에 두 명의 사내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늦은 밤 불청객이 될 수도 있는 두 남자의 등장에 잠이 들지 않은 약사의 아내는 따분하지도, 화가 치밀지도, 울고 싶지도 않다. 그저 가슴이 두근거릴 뿐...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의 부제는 <파우치 속의 욕망>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인 파우치.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 안에 들어있는 욕망이란 어떤 것일까. 핸드백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그 안에 넣을 수밖에 없는 파우치 안의 욕망은 드러낼 수 없는 비밀스러운 욕심이다.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은 가정이 있는 여성들의 또 다른 사랑이야기이다. 또한 반복적인 일상에 새로운 탈피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부정(不貞)이라는 이름의 진실: 삶의 예술가, 체홉.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로 이어지는 ‘러시아 장편소설의 황금시대(1846~1881)’의 사실주의적 문학 전통을 계승하여 단편소설의 새 시대를 연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1860~1904)은 투르게네프 모파상과 함께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의 연출을 맡은 홍현우 연출은 체홉의 단편소설들 중 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 네 개를 엮어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보이는 로맨스는 단어의 상투적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달달하고 애절한 느낌의 것들은 아니다.

 
네 작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의 사건들이라고 한다면, 이건 뉴스나 신문에서도 언급될만한 가히 추잡하고 역겨운 빅 스캔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 네 사건들을 바라보는 홍 연출의 시선은 귀엽다. 물론 희비극의 틀에 각 소설들을 맞추려고 한 홍 연출의 마음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 원본을 읽는 동안 쇼크보다는 반전의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재기발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기차는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 네 개의 단편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기찻길 위에서 장난치듯이, 또는 조롱하듯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장난감 기차… 남편이 오는 시간을 알리는 기차소리… 많은 것을 은유하고 있다.

19세기 러시아의 감성을 21세기 한국에서 2-30대가 연기한다. 시대적이면서 현대적인, 그 시대의 감성과 현대의 감성이 어우러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조정예 기자 yea7070@naver.com


공 연 명 :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
공연기간 : 2015년 1월 9일 ~ 2015년 3월 1일
공연시간 : 화~목_20시, 금요일_17시,20시, 주말,공휴일(2/20)_18시(월요일, 2/18, 2/19 공연없음)
공연장소 : 세실극장
관람시간 : 약 9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등급 : 만 15세 이상
티켓가격 : 전석 30,000원
공연예매 :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예스24, 메세나티켓, 미소나눔티켓, 옥션티켓
문    의 : 세실극장 02-742-7601
연    출 : 홍현우
출연배우 : 윤성원, 이재영, 문현영, 임진유, 노혜란, 김승기, 임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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