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성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참이다. 좋은 친구는 옆에 있어준다. 이 말도 참이다. 따라서 나이와 상관없이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준다면 그는 좋은 친구다. 그러니 조금 외롭고 누군가 필요하다면 먼저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살필 일이다. 설령 그가 나보다 훨씬 어리거나, 나이가 많거나 조금 괴팍하더라도 그가 나의 새로운 ‘친구’일 수도 있으니.

감독 데오도르 멜피
주연 빌 머레이, 나오미 와츠, 멀리사 매카시, 제이든 리버허
등급 15세 이상
개봉 3월 5일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가장 큰 지원군이었다. 엄마가 못 먹게 하는 달콤한 사탕도 슬쩍 쥐여주고,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를 찾아 나서는 것도 할머니다. 시끄럽고 허황되다며 엄마는 못마땅해하는 만화도 아이와 함께 앉아서 봐주는 할머니. 할머니는 구부정해지는 허리만큼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 아이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노인의 나이를 위로하기 위한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에게 할머니의 나이는 아예 관심의 대상도 아니니 말이다. <세인트 빈센트>는 50년이라는 나이 차이를 거슬러 깊은 우정을 나눈 소년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엄마와 단둘이 새집에 이사 온 올리버는 옆집의 까칠한 할아버지 빈센트가 불편하다. 거기다 새로운 학교에 등교한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열쇠까지 빼앗긴다. 전화를 걸기 위해 빈센트에게 말을 건 올리버는 얼떨결에 빈센트의 손에 맡겨진다.

빈센트는 올리버를 경마장에 데려가 수학을 가르치고, 술집에 데려가 인생을 가르친다. 빈센트는 학교 악동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올리버를 구해주고,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올리버는 고집불통 외골수에 괴짜 같아 보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빈센트를 자신의 멘토로 삼게 된다. 그사이 빈센트는 더욱 심해지는 경제난과 함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나는 과연 ‘세인트’라고 부를 만한 친구가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세인트’가 되어주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 마지막의 감동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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