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따라가기보다 트렌드 만들어 가 … 개방과 공유 ‘자신감’

지난 2월 27일 신도림의 쉐라톤디큐브시티 6층 그랜드볼룸에서는 ‘제 38회 G밸리 CEO 포럼’이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윤종영 실리콘밸리 K-그룹 이사회 의장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과 인내, 열정’이라는 주제로 열강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가리봉상회’ 이미지
안녕하십니까? 윤종영입니다. 먼저 이렇게 좋은 포럼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곳 G밸리를 방문했는데 예전과 너무나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곳의 이미지는 ‘구로공단’‘가리봉상회’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실제 와서 보니 그런 이미지는 찾을 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강의에 앞서 제 소개를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저는 대학(연세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에는 LG CNS에서 잠시 근무했습니다.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석사)했습니다. 현재는 IT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에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 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그런데 가보신 분이든, 못 가보신 분이든 상관없이 공통점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늘 강연에서 이러한 환상이나 편견을 없애고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볼까 합니다.

오늘 강연의 핵심적인 내용을 저는 5가지로 소개하겠습니다. 그것은 실리콘밸리만의 특성과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문제의 발견과 해결 △실패에 대한 용납 △끈기와 인내, 그리고 열정 △자율적인 업무 환경 △다양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용납
문제의 발견과 해결은 사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우리 생활 속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 중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 실리콘밸리에는 많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실패에 대한 용납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패도 과정의 하나로 보는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는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끈기와 인내, 그리고 열정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강연의 핵심이자 결론도 바로 이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네트워크 모임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각종 네트워킹 모임이나 컨퍼런스가 엄청 많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이러한 모임이 매우 활발합니다.

경쟁을 하는 한편 공유하는 풍토도 이곳 실리콘밸리의 특징입니다. 경쟁도 누가 누구를 죽이려는 게 아닌 선의의 경쟁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이 엄청나게 발달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만들어진 제품을 알려나가는 기술을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실리콘밸리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마케팅 전문가들도 매우 많지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마케팅 전문가들 많아
잘 아시듯 실리콘밸리에는 전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여듭니다. 성별과 인종도 다양하지요. 그 수많은 인재들을 채용할 때는 ‘신뢰’의 원칙이 작동합니다. 사실 단순히 이력서만 봐서는 그 사람이 어떤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을 믿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또 믿고 쓰면 힘내서 일을 잘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얘기할 때 ‘돈’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곳은 자본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유동성도 좋습니다. 한마디로 ‘돈이 잘 돌아가는 동네’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온화한 기후도 좋아
실리콘밸리의 한 지역언론이 언젠가 이곳을 소개하면서 ‘The Best Place on Earth’라고 표현했는데 말 그대로 이곳은 날씨가 1년 내내 온화하고 좋습니다. 이러한 좋은 날씨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더 열심히, 그리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얘기죠.

그럼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에는 없는 것을 한번 알아볼까요?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차별과 편견 △권위 의식 △혼자만 알기 △객관적인 기준이 바로 그것입니다.

공유의 문화가 발달한 이곳에서는 혼자만 안다는 것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오픈 같은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합니다.

자유롭게 해고 가능
또 하나 없는 게 있다면 ‘정(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이란 인간적인 의미의 정이 아니고 조직의 정입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직원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조가 조직돼 있는 회사도 없습니다. 한국과는 많이 다르지요.

또 하나 없는 게 있다면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입니다. 이것도 한국과는 다른 점입니다.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조금만 더 깊이 파본다면 실리콘밸리만큼 연구개발을 열심히 하고 기초실력이 탄탄한 곳도 없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방과 공유, 다양성, 끈기와 용납 등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우리 기업들도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선 또 ‘누가 한다더라’하면서 우루루 따라가는 법이 없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를 정의내리자면 ‘눈치 보지 않고 일하는 곳’‘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곳’‘재미와 의미를 찾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 계신 G밸리 CEO 분들도 이러한 기업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재창 기자 changs@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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