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애거사 크리스티를 무대에서 만나다

 
뮤지컬 <아가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실제로 11일간 실종된 사건을 재구성한 창작 뮤지컬이다. 실종 당시 영국 전역에서 경찰 수백 명과 경찰견, 자원봉사자가 동원되었지만 단서를 찾지 못한 이 사건은 기억을 잃은 채 한 호텔에서 머무르는 애거사를 발견하며 종결되었다.

추리소설 같은 이 사건이 무대에서는 어떻게 전개될까. 새로워진 연출과 안무, 화려한 무대 구성과 탄탄한 캐스팅을 앞세운 제작 발표회 현장을 찾았다. 김지호 연출은 “애거사의 분노와 아픔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애거사의 내면에 집중한 만큼 드라마적인 구성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초연에 비해 많이 다듬어졌지만, 스토리 전개는 여전히 친절하지 않다. 장면마다 깔린 복선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다 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관람 전에 소설 <애거사 크리스티 자서전>을 꼭 읽을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공연을 흥미롭게 하는 힘은 ‘캐릭터’에 있다. 호인이지만 애거사를 보는 눈빛만 다른 남편, 끊임없이 사생활을 들춰내는 기자, 겉과 속이 빤히 보이는 늙은 하녀, 당돌하고 매력적인 남편의 불륜 상대 등 애거사를 둘러싼 인물들이다. 특히 추리소설 지망생인 이웃집 소년은 애거사의 내면과 소통하는 캐릭터로 단연 돋보인다.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라면 사건에 사건을 거듭하는 1부가 끝나고 더 봐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모든 실타래를 빠르게 정리해나가는 2부가 이런 지루함(?)을 말끔히 해결해줄 것이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소설 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뮤지컬 <아가사>. 11일의 미궁 속에서 애거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과 감정을 두드려보자.

뮤지컬 <아가사>
기간 5월 10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관람 등급 초등학생 이상  관람료 4만4천~9만9천 원 
문의 02-548-0597

저작권자 © 감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