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송에서 이겼다고 하자. 법은 판결을 받아서 이긴 금액에 대하여 빨리 변제하라는 의미에서 안 갚으면 연 20%의 높은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연 20%가 타당한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줄 돈을 안 줘서 소송까지 가게 만들고, 소송에서 졌음에도 어떻게든 안 주고 버티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높은 이율은 필요할 것 같다.

언젠가 받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높은 이율의 적금을 든 것 인양 여기며 한 몇 년간 돈 안 받고 묵혀두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소송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무일푼이거나 재산을 꽁꽁 숨겨놔서 찾을 수 없다면 실제로 돈 받을 방법이 없다. 판결에 이기는 것과 그 판결 이긴 것을 근거로 돈을 실제로 받는 집행의 문제는 다른 것이다.

연 20%의 이율이 무서워서 곧장 주는 사람도 있지만, 재산이 없어서 못 주거나 없다고 거짓말을 하며 어떻게든 버티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애써 이긴 판결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회심의 반격을 가해보자.
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재산명시신청이라고 하는데, 재산명시신청을 하면 채무자는 자신의 재산목록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하고,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판결 확정 후 6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는, 채무자를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도 있다.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면 전국은행연합회에 통보되어 채무자는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카드사용 등이 정지될 수도 있다. 채무자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어서 채무를 갚게끔 압박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최후의 수단으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신청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채무자의 면책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채무자가 파산을 하면 직을 잃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파산신청은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재산명시신청,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 파산신청 등 이렇게 채권자에게 주는 무기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돈을 실제로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판결이나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공정증서, 지급명령, 화해조서, 조정조서 등을 받은 채권자가 아직도 돈을 받지 못했다면 무기를 꺼내어 휘둘러보자.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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