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황제의 주문으로 발명된 마가린도 버터의 대용품이다. 마가린이 태어난 것은 나폴레옹 3세 제위 시절인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였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이후 계속된 전쟁과 사회불안으로 매우 궁핍한 상태였다.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이 넘쳐 났다. 굶주림은 군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식량생산은 바닥권이었다. 당연히 버터 같은 고급 음식은 구경도 못할 때였다. 이런 식이니 군의 사기가 연일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나폴레옹 황제는 당시 최고의 과학자인 무리에를 불러 버터를 대신할 음식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군대의 사기를 복 돋고, 영양실조 상태에 빠진 국민을 위로한다는 명분에서였다.

황제의 명을 받은 무리에도 이번에는 난감했다. 우유에서 버터를 만드는 것은 상식인데 우유 없이 값싼 재료로 버터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는 우유를 대신할 재료를 찾아 헤맸다.

‘어차피 버터도 우유의 지방을 분리해서 굳힌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다른 기름을 사용해도 기름진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무리에가 우유의 지방을 대신할 재료를 찾아다닌 지 한 달째에 접어들던 날, 그는 조수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고래에서 분리한 기름이 버터와 비슷하다는 보고였다. 그는 당장 고래의 지방 덩어리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고래는 값싼 고기였으므로, 아주 제격이었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고래의 지방을 실험하던 무리에는 기뻐 소리쳤다. 지금까지 사용한 재료 중에 가장 버터의 맛에 가까웠던 것이다. 좀 더 실험이 필요했지만,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만큼 사정이 촉박했다. 무리에는 고래에서 얻은 기름을 경화유와 함께 섞어 굳혔다. 버터와 같은 깊은 맛은 부족했지만 색이나 냄새가 영락없는 버터였다. 그러나 값은 버터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바로 마가린이 탄생한 것이다. 마가린으로 힘을 얻은 프랑스군은 그 해 크림전쟁에서 러시아에 승리를 거두며 위력을 발휘했다. 작은 발명품 하나가 자신감을 잃어가던 프랑스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유럽역사를 바꾼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대용품으로 탄생한 발명품은 수없이 많다.  단순한 베개 하나도 재료를 바꾸면 그 위상이 달라진다. 한 개에 십여 만원을 호가하는 건강베개는 솜이나 깃털대신에 라텍스 고무를 사용했다. 부드럽고 복원력이 뛰어난 라텍스의 특징에 착안해 베개를 만든 것뿐인데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또 콩이나 매실 씨앗을 넣은 베개도 인기다. 잠자는 중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한 이 아이디어 상품은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한다.

플라스틱 안경 렌즈도 마찬가지다. 유리 렌즈의 잘 깨지고 무거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대용재료를 찾은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플라스틱 렌즈다.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향기 인형은 평범한 솜 대신에 방향 물건을 넣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 인쇄업자는 평범한 종이 대신에 합성수지 비닐에 인쇄를 해서 찢어지지 않는 명함을 만들었다. 변함없이 이름을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명함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보통 종이명함보다 두 세배의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이처럼 대용재료의 발명은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들이 많다. 무거운 재료는 가볍게 하고, 약한 재료는 튼튼한 것으로 바꾸고, 비싼 것은 값싼 것으로, 환경을 헤치는 것은 친환경적인 재료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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