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딸 셋이 있었다.
어머니는 6천만원의 채무를 남기면서 돌아가셨다. 딸들은 어머니의 채무가 상속되면서 얼마씩의 채무를 부담해야 할까? 딸 셋의 별도의 협의가 없으면 공평하게 2천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어머니는 집 한 채를 남기면서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유언이 없었고 딸 셋의 별도의 협의가 없었으면 딸들은 각 1/3씩 집을 상속받는다. 어머니가 남긴 집을 딸 셋이 1/3씩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집에는 어머니가 세를 놓은 임차인이 있었다. 임대차보증금은 6천만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었고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을 첫째 딸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첫째 딸은 얼마를 돌려줘야할까?

딸 셋의 임대차보증금반환 채무에 대한 별도의 협의가 없었으니 2천만원이다.

첫째 딸은 어머니의 집 근처에 살았고 임차인도 첫째 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째 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었다. 둘째 딸은 멀리 지방에 살고 있었고, 셋째 딸은 해외에 나가서 살았다.

첫째 딸은 자신은 2천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했으며 둘째 딸, 셋째 딸에게 2천만원씩 받으라고 했다. 둘째 딸은 돈이 없다면서 못주겠다고 하였고 해외에 있는 셋째 딸은 연락 두절이었다. 어머니가 살아있었다면 임차인은 그 어머니로부터 6천만원을 손쉽게 받았을 텐데...

어머니의 딸은 10명이었다. 임차인은 10명에게 각 6백만원씩 받는 것이 힘에 부쳤다. 전화번호 하나 알기도 힘들었고, 10명의 경제사정에 따라 주는 사람과 못 주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있었다면 임차인은 그 어머니로부터 6천만원을 손쉽게 받았을 텐데... 임차인은 억울하였다.  그러나 임차인은 사실 억울해할 필요가 없었다. 딸 셋의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별도의 협의가 없었으니 2천만원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상속인의 상속받은 채무는 분할채무(공평하게 나눠서 부담하는 채무)가 맞지만, 이런 임대차 관계의 채무의 경우 상속인이라서 분할하게 된다면 그 보증금을 받지 못할 위험과 받는 수고로움을 상속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지도 않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되므로 위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는 불가분 채무(분할할 수 없는 채무)로 보아야 한다.

결국 딸 셋 모두에게 분할하지 않은 불가분의 6천만원 전부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중에 1명이라도 6천만원을 주면 더 이상 다른 딸들에게는 6천만원을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첫째 딸이 2천만원만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임차인은 헛소리하지 말고 6천만원 다 달라고 하였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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