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만화가

1970년 화학제품ㆍ의료기 등을 만들어내는 미국 회사 ‘3M’의 중앙연구소.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잘 붙기도 하고 반대로 잘 떨어지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새 접착제를 신기하게 여겼지만 결국 쓸모를 찾지 못했다.

“붙었다가 떨어지는 접착제를 어디에 씁니까?”라는 반응이었다.
접착제의 본래 기능은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 물질은 반대였기 때문이다. 영영 잊혀질 뻔했던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를 되살린 것은 같은 회사 테이프 사업부에서 일하던 동갑내기 아트 프라이였다.

프라이는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는 그날 부를 찬송가 페이지에 찾기 쉽도록 종이를 끼워 넣었는데, 그 종이가 자꾸 빠져 나가 원하는 페이지를 찾느라 허둥대곤 했다.

1974년 어느 날, 이를 고민하던 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이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였다. 그 접착제를 종이에 바르면 쉽게 붙일 수 있고 다시 떼어낼 때 찬송가 책이 찢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아트 프라이는 연구를 거듭했다. 마침내 붙였다가도 말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접착제를 바른 종이 조각을 개발했다. 포스트 잇(Post It)이라고 이름 붙여 1981년 팔기 시작했다.

 

포스트잇을 들고 있는 아트 프라이

처음에는 ‘이런 것을 어디에 쓰느냐?’는 평가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다. 서류에 간단하게 붙여 표시하거나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적어 책상머리에 붙여두는 메모지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포스트잇은 이렇게 쓸모없는 발명품에서 최고의 사랑을 받는 사무용품으로 거듭났다. 생각을 바꿔 새로운 사용 분야를 찾아낸 덕분이다.

이 삼품은 AP통신이 정한 ‘20세기 10대 히트 상품’에 포함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모닝글로리, 두리, 이젠, 쓰리엠 등의 업체가 포스트잇과 비슷한 종류의 ‘재 접착 메모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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