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이란 본인이 실시하지도 않고, 실시할 의사도 없는 특허권을 가지고 타인으로 하여금 거액의 로열티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부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 혹은 행위를 일컫는 것이다. ‘특허 사냥꾼’ 혹은 ‘특허 알박기’, ‘특허 파파라치’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특허괴물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를 통한 원천 특허와 핵심 특허 확보, 특허 관련 전문가 육성, 국제 특허분쟁 동향 모니터링 등이 대응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원천 기술 확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것은 분명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에서만 78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러 휴대전화 블랙베리 제조사인 'RIM'은 처음에는 직원수 10명 남짓한 이름 없는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 크게 신경쓰지 않다가 무려 6억 1,250만 달러를 보상했다.

먼 나라 미국의 일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렀고, 국내 시장이나 기업 규모도 어느 정도 커졌다. 하지만 원천 기술이나 핵심 특허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 이제 특허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발명까지 사들여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특허괴물에게 우리나라 기업만큼 매력적인 먹잇감도 없다. 더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비준되고 경쟁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특허는 기업 경영에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어느 기업의 모토처럼 “특허 없이는 미래도 없다(No Patent, No Future)”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실 ‘특허괴물’에 대한 문제를 개별 기업 수준에서 완벽하게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비록 ‘특허괴물’이라고 하여 도덕적으로 매도할 수 있을지언정, ‘특허괴물’도 엄연히 특허권자이기 때문이다. 특허법은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무단으로 당해 발명을 실시할 경우 침해 금지 혹은 침해 예방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제도를 택하고 있는 나라라면 어디나 마찬가지다. 즉, 침해금지 청구권은 특허의 본질적인 요소이므로, 적법한 권리자가 이를 행사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특허법은 법원이 침해금지 청구권을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형평의 법리’를 고려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지도 않다. 다시 말해, 특허권자가 그 발명을 실시하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가 그 특허를 침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면 침해금지 청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법원도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민법상의 신의성실 혹은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에 따라 침해금지 청구를 부정할 수 있지만, 침해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보존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직 국내에는 특허권자가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특허권 침해금지 자체를 부정한 경우는 없다.

정부 차원에서 특허 POOL이나 펀드, 특허신탁 제도 등의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고, 향후 특허보험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특허괴물’에 대한 대응 방안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있을 수 없다. 특허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곧 특허괴물에 대한 대응 방안이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모든 대응 방안의 핵심은 역시 CEO의 의지라 할 것이다.
 
<법무법인·특허법인 다래 대표 변호사/변리사  조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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