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려는 대장장이였던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혔다. 그 덕분인지 수많은 발명품을 발명해 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의 발명품은 대부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생활도 더욱 궁핍해져 갔다. 하지만 발명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날도 연구에 몰두하던 홍 려는 연구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록해 두느라고 종이를 수십 장이나 채워 가면서 밤을 지새고 있었다. 그러자니 자연히 연필이 자주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는 연구과정을 기록하다 말고 또다시 부러진 연필을 든 채 투덜거렸다.

‘새로운 생각이 막 떠오르면 부러진 연필부터 다시 깎아야 하니... 이렇게 번거로워서야 어디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겠나?’

칼을 집어 연필을 깎던 홍려는 몸에 밴 관찰력으로 연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칼자국이 한 번 생길 때마다 연필심이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본 홍려는 무릎을 쳤다.

‘그래, 깎지 않고도 연필심을 조금씩 올라가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자주 연필을 깎는 번거로움도 없을 테고 손을 베지도 않을 거야.’

이 결심 이후 홍려는 밤낮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될수록 어려움은 커져 갔다. 쉽고 간단하게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연필심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홍려는 이를 닦으려고 치약을 짜내던 도중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다, 이거야! 내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아침마다 치약의 꽁무니를 눌러 짜면서도 왜 여태 연구의 실마리를 못 찾았을까?”
치약의 뒷부분을 눌러 치약을 짜 내는 원리를 자신의 깎지 않는 연필에 응용할 생각에 이르자, 그는 이도 닦지 않은 채 연구실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후, 홍려는 마침내 깎지 않는 연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구조는 연필의 심을 카트리지에 끼우고, 그것을 속이 빈 플라스틱 파이프에 한 줄에 열 개 씩 넣은 것이 전부였다. 끝의 심이 다 닳으면 카트리지를 빼고, 그것을 파이프의 꽁무니에서 누르면 두 번째 심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이 연필이 특허 등록되자, 한 문구 회사 사장은 홍 려에게 2억 원에 이 특허를 팔 것을 제안했다. 이 때가 1972년이었다. 특허권 양도계약은 순조롭게 이루어 졌고, 특허권을 판 홍 려는 물론 특허권 사 사업화를 이룬 문구 회사 역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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