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은 색깔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주인 조지 이스트먼이 카메라용 필름을 만들어 카메라 산업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을 때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회사를 상징할 이름과 심벌의 고안이었다고 한다.

이스트먼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철자인 K를 회사이름에 사용하기로 하고, 이름의 앞뒤에 K가 들어가는 독특한 이름인 코닥(KODAK)을 만들어냈다. K가 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보다 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코닥이 생산하는 물건이 영상을 다루는 필름이므로 보다 시각적인 이미지 전달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아직 친숙하지 않은 ‘코닥’이라는 이름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코닥은 고민 끝에 필름이라는 상품에 알맞은 색을 자신들만의 색으로 정하기로 했다. 쉽게 눈에 띠고, 친숙한 색인 ‘노란색’이 회사 이미지를 알리는 색으로 정해졌다. 전략은 적중했다. 소비자들은 ‘코닥’이라는 어려운 이름 대신에 샛노란 코닥의 트레이드마크를 기억하게 됐고, 필름은 의례히 노란 케이스에 담기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병아리와 봄날 개나리와 같은 샛 노란색은 코닥의 신선함을 잘 나타내는 색으로 인정받았다.

코닥은 이미지 관리도 신중을 기했다. 각국에서 생산하는 노란색을 통일하기 위해 노란색 색상 표를 별도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코닥의 이미지심기에 주력한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코닥은 노란색과 함께 필름의 대표주자로 명성을 굳히고 있다.

코닥의 성공 사례와 반대로 현대는 독특한 이름 때문에 고충을 겪었다. 지금은 각종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며 세계적인 브랜드 네임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창 자동차 수출에 나서던 1980년대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현대라는 이름을 아는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현대’라는 다소 어렵고 독특한 발음 때문에(외국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발음이다) 많은 에피소드를 겪어야 했다고 한다.

특히 현대의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기업에 속한다. 현대 자동차는 외국시장에 진출할 때 ‘HYUNDAI’라는 영문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어감이 문제가 됐다. 현지인들이 현대를 영문 그대로 읽어 ‘현-다이’로 읽었던  것.

특히 ‘다이’라는 말은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업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자동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이’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이 구입을 주저하기 했다고 한다. 덕분에 현대는 시장 진입 초기에 현대라는 기업이름을 정확히 알리는 한편 이미지를 심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고 한다.

첫 이미지가 중요한 해외시장 개척에서 현대가 애를 먹었을 것이 뻔하다. 물론 관계자들은 이름의 불리함을 극복하느라 갑절 노력한 끝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디자인과 이름이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름은 아이디어와 상품의 특성을 확실히 알려주면서 기억이 오래 남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의류 메이커는 자신의 브랜드 명으로 ‘Z I Z I B E’로 정했다. 우리말의 계집애라는 단어를 변형한 ‘지지배’는 소녀와 젊은 층에게 친근감을 주는 브랜드로 어필했다. 새가 지저귀는 ‘지지배배’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수다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를 한껏 살린 것이다.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소주이름도 재미나다. 독특한 대나무 여과법을 강조한 ‘대나무통 맑은 소주’, 깨끗하다는 이름을 강조한 ‘참진 이슬로’, 소주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긴 ‘산’ 등 각각의 특징을 유감없이 어필하고 있다.

이름이나 디자인을 어떤 것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이디어가 혹은 상품이 죽거나 살거나 하는 것이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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