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이봉원이 술값을 내려하자, 후배가 사업으로 떠안은 빚이 많은 이봉원을 생각해서 이를 말리니, 이봉원이 “50억 빚지나 50억 50만원 빚지나”라고 이야기하면서 계산하려 했다고 한다. 사업실패로 떠안게 된 빚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이야기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이봉원이 50억 빚을 진 상태로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이 때 이봉원의 배우자 박미선과, 이봉원의 두 자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누구는 아버지 잘 만나서 호의호식하는데 누구는 빚까지 떠안아야 하다니… 그래서 우리 법은 이런 억울한 일을 막기 위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두고 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이봉원)이 남긴 재산보다 빚이 많을 때 하는 것이다. 둘 다 상속 받는 것이 상속인(박미선, 이봉원의 두 자녀)에게 유리한 게 없을 때 하는 것이다. 상속포기의 경우 더 이상 상속인이 아니고,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채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 ‘나는 모르는 일,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한정승인은 이봉원이 남긴 재산의 한도에서 빚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봉원에게 받을 돈이 있었던 채권자가 찾아오면 상속포기한 사람은 “나하고는 무관하니 찾아오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한정승인한 사람은 “저를 찾아온 것은 맞지만,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서만 돈을 가져가세요. 남긴 재산이 적어서 못 가져가면 할 수 없고요. 아버지가 남긴 재산 말고 제 재산에는 손대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명한 상속포기로만 하면 될 것을, 한정승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이내의 혈족까지이며 위 순서대로 선순위의 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0조). 배우자는 직계비속 직계존속과는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존비속이 없을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3조).

피상속인의 아들, 딸, 배우자가 모두 상속을 포기한다고 한다면, 후순위의 상속인이 상속인이 되어, 상속받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던 피상속인의 다른 직계비속(손자녀),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이내의 혈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간명한 상속포기 대신 누군가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관계에 피상속인의 재산 한도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다.

이봉원 가족의 경우 배우자인 박미선은 상속포기를, 자녀 중 1명은 상속포기를, 자녀 중 남은 1명은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 칼럼에서…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