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이에는 평범한 셀러리맨이었다. 그는 별다른 욕심 없이 그저 건강하게 일하는 것을 만족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는 최선을 다해 꼭 이루어 내는 성실한 사람이기도 했다. 어느 날 후쿠이에는 감기 몸살로 심하게 앓아눕게 되었다. 과로가 겹친 탓이었다.

 

‘일이 많이 밀려 있는데, 이렇게 누워 있다니... 큰일이구먼.’ 웬만한 병이라면 털고 일어나 출근할 후쿠이였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침대 옆에는 난로가 있고, 그 위에서는 물이 담긴 주전자가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 안이 따뜻해지자 후쿠이에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덜커덩, 덜커덩...”
그의 단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주전자 속의 물이 끓자 뚜껑이 들썩거리는 소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증기의 힘은 강해져, 덜컹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방 안이 건조하니 주전자를 올려놓기는 해야 할 텐데, 뚜껑이 덜컹거리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으니, 거 참 난감하군.’

그렇다고 아예 뚜껑을 열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순간 후쿠이에의 눈에 확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다. 송곳이었다. 그는 송곳을 집어 들고 신경질적으로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뚫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뚜껑이 들썩거리는 소리가 멎었다. 게다가 구멍을 통해 빠져 나온 수증기는 방 안의 습도 유지에 안성맞춤이었다.

후쿠이에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정신없이 잠 속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늘어지게 잔 다음, 후쿠이에는 정신을 차리고 주전자 뚜껑을 살펴보았다. 주전자 속의 물은 계속 끓고 있었지만, 덜컹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송곳으로 구멍을 뚫은 구멍 사이로 수증기가 알맞게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모든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뚫는다면 여러모로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후쿠이에는 계속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간단하지만 실용적인 이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특허청을 찾은 후쿠이에는 ‘구멍 뚫린 주전자 뚜껑’의 실용신안 출원을 마쳤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전자 공장은 물론 냄비 공장에서까지 후쿠이를 찾아왔다.

“후쿠이에 씨, 로열티를 지불하겠으니 저희에게 그 권리를 양도해 주십시오.” 후쿠이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멍 뚫린 뚜껑의 인기는 높아져 갔고, 후쿠이에의 수입 또한 계속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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