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에게 심장은 없다?

기    간   8월 2일 까지
장    소   대학로 자유극장
관람료   3만 5천원
문    의   02-762-0010
연극 <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명문 외고 3학년 학생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다룬다.

연극의 무대는 마지막 학력고사를 준비하는 1992년이지만,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바뀐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신 1등급만 서울대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신분 상승의 지름길이다. 극 초반 아침 조회 시간, 반장 민영은 담임선생님의 메시지를 대신 전한다.

“머리만 믿어라. 고3에게 심장은 없다. 학력고사와 수능 시험의 큰 차이는 사지선다형이 오지선다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 공포를 맛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책을 엎어라.”

모의고사를 잘 봐야 한다는 부담에 휩싸인 상위 3% 모범생 명준과 수환은 도저히 상위 1%가 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커닝을 모의한다. 둘의 비밀 얘기를 화장실에서 우연히엿들은 전학생 종태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한 뒤, 돈으로 답안지를 매수했다는 소문에 휩싸인 반장 민영을 협박해 커닝 모의에 끌어들인다.

결국 명준과 수환의 커닝 모의는 반장 민영의 덫에 걸려 실패하고, 싸움꾼 종태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태를 무마한다. 10여 년 뒤 명준은 대기업 회계사, 수환은 국회의원 보좌관, 종태는 자동차 공업사 사장이 되어, 서울지검 검사가 된 민영의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달라진 건 없다. 수환과 종태는 자신에게 득이 될 민영에게 아첨하고, “만나고 싶었다”는 종태에게는 ‘영혼 없는’ 응대를 할 뿐이다.

경제적 부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대사에 씁쓸함을 느끼는 건, 불편한 진실을 꼬집기 때문이다. 연극 <모범생들>은 관객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무대 위 주인공들의 이야기일 뿐이냐고, 우리는 과연 정당하게 행복을 추구하며 사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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