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에 만난 황후의 비극미

                                기    간 :     ~ 9월 6일까지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람료 :     6만~14만 원
                                문    의 :    1577-6478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의 절규는 숨이 멎을 듯 뜨겁다. 가슴속의 어떤 억압이 폭풍처럼 쓸려 나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한 여인의 인간적인 고통과 자아를 향한 갈망은 19세기 유럽 황실이나 21세기에 사는 대한민국 여성이나 별다를 것 없는  분투인지도 모른다.

무대는 황후 엘리자벳을 암살한 혐의로 100년 동안 목이 매달려 재판을 받는 아나키스트 루케니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엘리자벳이 죽음을 사랑했다는 항변이다. 죽음(Der Tod)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시적 은유는 실존한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더욱 매혹적으로 이끈다.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라니….어린 시절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엘리자벳은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면서 신비롭고 초월적인 존재인 ‘죽음’과 처음 마주한다.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한 죽음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림자처럼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가 원하는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유혹한다.

황후가 된 엘리자벳은 자식을 빼앗긴 억압과 통제의 궁정 생활의 가장 힘든 순간에 죽음에게 구원을 바라지만, 죽음은 이를 거부하는 줄다리기를 벌인다. 죽음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캐릭터를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이 깊어지고 확장되는 신선한 감동이 있다. 검고 신비로운 존재의 유혹과 키스를 통해 영원한 자유와 안식처를 찾는 로맨틱한 상상력이 그것이다.

‘나는 나만의 것(Ich Gehoer Nur Mir)’ ‘마지막 춤(Der letzte Tanz)’ ‘행복은 너무나 멀리에(Boote in der Nacht)’ 등 극적인 드라마를 한층 끌어올리는 매혹적인 뮤지컬 넘버는 옥주현의 풍부한 가창력과 신성록의 카리스마로 결코 잊을 수 없는 무대를 완성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황실의 재현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여름궁전에 1400여 개 방이 있을 정도로 성대한 합스부르크 황실의 결혼식, 무도회, 황제의 대관식 장면은 세련된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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