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김민재 만화가

자동차나 자전거의 바퀴가 딱딱한 쇳덩어리라면 어떨까? 지금처럼 공기가 담긴 타이어를 처음 발명해 낸 사람은 엉뚱하게도 수의사였던 존 보이드 던롭(1840∼1921년·사진)이다. 그의 발명은 외아들 조니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작은 도시 벨파스트에 살던 던롭의 10살 아들 조니가 삼륜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넘어져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당시의 모든 바퀴는 무쇠로 만들어졌거나 나무바퀴 위에 무쇠를 씌운 것들이었다.
때문에 작은 돌멩이에 부딪히기만 해도 크게 흔들리기 일쑤여서 자주 사고가 났다.

사랑하는 아들의 상처를 본 던롭은 안전한 타이어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궁리하던 던롭에게 떠오른 생각은 ‘말랑말랑한 고무를 입히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집에서 쓰던 고무호스가 눈에 띄자 나무바퀴의 무쇠를 벗겨내고 그것을 씌워보았다. 그러나 신통치 않았다. 덜덜거림은 조금 줄었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조니가 쭈그러진 축구공을 들고 와 팽팽하게 공기를 넣어달라고 했다. 팽팽해진 축구공을 안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서 던롭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자전거 바퀴에 고무를 씌우고 그 속에 공기를 넣어 탄력을 갖도록 하면 좋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 것.

던롭은 곧 실험을 시작했고 결국 공기가 든 최초의 타이어를 만들어 아들의 자전거에 달았다. 탄력이 있어 승차감도 좋고 바퀴도 잘 굴렀다. 1888년 2월 28일이었다.

아들이 신나게 타는 모습을 보던 던롭은 ‘공기 타이어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하자’고 마음 먹었다.

수의사 일을 그만두고 타이어에 대한 특허를 얻어낸 뒤 ‘던롭공기타이어회사’를 세웠다.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은 당연했다.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왔다. 마침 자전거가 널리 보급되는 시기여서 매년 필요한 타이어 숫자만 해도 1억 개가 넘었다. 게다가 타이어는 당시 막 개발되기 시작한 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었다.

독일의 벤츠 자동차와 미국 포드 자동차에 공기타이어를 독점적으로 납품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궁리한 타이어 덕분에 던롭은 평범한 수의사에서 대기업의 사장이 됐다. 던롭이 세운 회사는 지금도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회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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