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달리는 기사

기    간 : 11월 1일까지    장   소 : 디큐브아트센터
관람료 : 6만~14만원      문   의 : 1588 - 5212
“각박한 현실에서도 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는 말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소개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어릴 때 읽던 동화책 속의 돈키호테는 ‘살짝 정신 나간 할아버지’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 돈키호테 같지?”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느낌을 받은 게 사실. 하지만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꿈을 좇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인생의 모든 굴곡을 몸으로 헤쳐가는 열정적이고 순수한 인간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신성모독 죄로 감옥에 갇힌 작가 세르반테스가 종교재판을 기다리며 죄수들과 그가 쓴 소설을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의 뮤지컬이다.

라만차에 사는 알론소는 기사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돈키호테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찾아 떠난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지 않나,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가 하녀 알돈자에게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는 등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다. 처음엔 돈키호테를 미친 노인이라고 무시하던 알돈자도 그의 진심에 감동받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데…

아는 줄거리지만 이상을 노래하는 돈키호테와 현실에 갇힌 세르반테스는 현실을 사는 우리 모습을 투영한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극 중 돈키호테가 부르는 ‘임파서블 드림’은 훌륭한 기사의 명예와 목표에 대한 노래인데, 삶에 지친 이들에게 들려주는 돈키호테의 위로 같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오가는 배우의 연기력과 몰입도 덕분에 러닝타임 170분이 찰나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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