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의 청년 실업률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많은 청년들이 힘들게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스펙 쌓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지만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심각한 청년실업 및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고‘학벌 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직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에서 시행 중인 도제식 교육훈련 시스템(Meister system)을 한국식 고용환경에 부합하도록 만든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산업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청년 취업 희망자를 근로자로 채용하여 해당기업의 명장 등 고숙련 인력으로 하여금 이론교육과 현장훈련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훈련 제도이다.

이론교육은 학교가 아닌 기업이 주도하여 결정하는데, 일정한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실시한다. 이러한 인증기준이 반영된 교육훈련을‘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NCS는 산업현장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을 국가가 산업별·산업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능력중심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공인된 능력, 자격 등이 필요한데 NCS는 직무를 수준별로 나누어 놓은 것으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준이 된다. 

이러한 일학습병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경력 및 직무수준(자격)을 통해서도 학력과 동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졸업 후 일학습병행제의 학습근로자로 훈련을 받고 직무수준이 대학교 졸업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NCS를 통하여 대학교 졸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기업은 교육 훈련시 필요한 인프라 구축, 학습근로자 모집ㆍ지원과 교육훈련과정에 운영에 필요한 비용(기업 현장교수 수당, 교육훈련프로그램 개발비, 훈련비용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병역특례지정업체로 우선 선정되며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도 우대를 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 제도에 참여하는 학습근로자는 해당 기업소속 근로자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으며 다른 일반 근로자와 차별을 받지 않는다. 또한 시험 없이 훈련을 통해서 자격을 부여받고, 자격부여 이후에는 높아진 능력으로 더 좋은 조건의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가능하다.  

취업준비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어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일학습병행제는 직장에서 실무경력을 쌓으며 관련 자격 및 학위를 받을 수 있어 청년구직자들은 단순취업 목적의 스펙 쌓기 없이 조기에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말까지 총 2,982개의 기업에서 5,822명의 학습근로자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1만 개의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청년 취업희망자와 이들을 채용해 일과 학습을 통한 핵심인재로 양성하고자 하는 기술력 있는 기업이면 참여가 가능하다.

일학습병행제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지역 고용을 선도하는 한편 많은 청년들이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성공을 거두는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 본다.

강인석
서울관악고용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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