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만화가

‘약방의 감초’처럼 생활 구석구석에서 활용되고 있는 접착테이프는 누구의 발명품일까.
바로 작은 오케스트라에서 밴조를 켜다가 문구용품을 취급하는 3M사의 보조사원으로 입사한 미국인 리처드 돌의 작품이다.

 

입사 후 돌이 처음으로 맡은 일은 제품판매원. 자동차 수리 센터를 돌며 샌드페이퍼를 파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귀했기 때문에 칠이 군데군데 벗겨질 정도로 낡은 자동차라도 다시 칠해 굴리는 것이 상례였다.

차체를 다시 칠하기 위해서는 먼저 샌드페이퍼로 페인트칠을 말끔하게 벗겨야만 했는데, 돌은 바로 여기에 필요한 샌드페이퍼를 팔려고 수리 센터를 전전했던 것.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차체를 두 가지 색깔로 장식하는 게 유행이었다. 우선 한 가지 색을 칠한 다음 그 부분을 종이로 덮고 남은 부분에 다른 색을 칠하는 것이 도색작업의 순서. 때문에 경계부분에서 번번이 종이 틈으로 페인트가 스며들어 작업을 망치기 일쑤였다.

‘페인트가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돌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꼭 달라붙어 페인트가 배어들 틈이 없는 테이프. 6개월에 걸친 2백여 회의 실험 끝에 아교와 글리세린을 배합한 강력한 접착용 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상품화를 위해선 이것을 둘둘 말아 쓸 수 있는 종이가 필요한데 걸 맞는 소재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

그런 상태로 1년 6개월이 지나자 지친 나머지 3M사는 돌에게 연구 중단을 명령,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날 돌은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페인트를 벗기는데 사용하던 샌드페이퍼를 만드는 종이가 바로 그 해답. 두껍고 질긴 이 종이는 둘둘 말아도 풀리지 않아 강력한 접착력을 그대로 보존해 주는 받침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감압 접착테이프’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이 이뤄지고, 뒤를 이어 이를 응용한 공업 및 의료용 반창고도 속속 발명됐다.

이때가 1925년. 돌은 입사 4년 만에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했고, 3M사는 이후 5년 동안 연간 50만-7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대기업으로 변신했다.

1930년 1월, 전 세계가 대공황에 빠졌을 때도 3M사만은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은 그 인기가 어떠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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