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만화가

대개 훌륭한 발명은 양과 질에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한 사람의 단순한 아이디어나 간단한 기지가 많은 이들에게 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년필의 제왕’으로 불리는 파커만년필. 만년필 가게 수리공이었던 파커는 각진 만년필대를 유선형으로 바꾼 디자인 하나로 파커만년필 회사의 반석을 다졌다.

파커가 만년필 가게에 취업한 것은 14세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채 철이 들기도 전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열심히 일해 4년 뒤에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이 방면에서 돋보이는 숙련 기술자로 발 돋음 했다. 당연히 월급도 많이 받게 되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도 대단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 친구의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돼 파커는 깊은 회의에 빠진다.

“네가 아무리 만년필 수리를 잘해도 높은 사람이나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거야.” 파커는 이날부터 출근조차 하지 않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파커의 결근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은 만년필 가게주인. 몸이 바싹 달아오른 그는 즉시 파커를 찾아가 워터 맨의 펜촉발명이아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소금에 절인 듯 풀이 죽어있던 파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주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출근한 그의 하루하루는 또 다시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때 파커의 머리 속에는 이미 ‘유선형 만년필대’라는 아이디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무렵은 자동차도 비행기도 모두 유선형이었고 각종 생활용품도 유선형으로 바뀌는 ‘유선형의 전성시대’였다.

‘만년필대도 유선형으로 만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서둘러 디자인출원을 마친 그는 밤마다 날렵한 유선형 만년필대를 만들었다. 판매처는 자신이 일하는 만년필 가게.
파커의 생각은 적중했다. 밤새워 생산해내면 낮에는 한 시간도 못돼 동이 났다. 이에 따라 파커는 이내 만년필가게를 그만두고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오로지 유선형이라는 한 가지 특징 밖에 없었으나 파커의 만년필은 대기업의 제품들을 체치고 그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돌풍 같은 파커 만년필의 등장에 당황한 대기업들이 이를 모방해 만들려 해도 디자인 권에 꽁꽁 묶여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파커 만년필의 인기는 거칠 것 없는 상승기류를 타고 치솟아 매상고는 매년 두 배 이상 쑥쑥 늘어났고, 세계 각 국에 수출하기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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