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확률로 남자·여자로 갈린 후, 수십억의 지구인들 중에 자신의 휴대폰 속에 저장된 몇  안 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살다가, 지구 전체로 봤을 땐 작디작은 땅덩이의 서로 닿을 수 있는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누며 결혼까지 하게 된 사이. 그 희박한 확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최근에 한 지인은 변호사는 이혼을 권유한다며 아직 부부 사이가 좋으니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농담을 하였다. 이혼한다고 찾아오는 것을 말리지는 않으나 결코 먼저 권유하지는 않으니 안심하시라.

결혼의 그 말도 안 되는 성사의 확률과 그래서 때로는 ‘운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인륜지대사를 굳이 깨고 싶어 안달난 변호사가 몇이나 있을까 싶다.

오히려 결혼을 해야 이혼도 있는 법이니 변호사가 굳이 권유를 한다면 결혼을 권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커플매니저’와 이혼과 여러 가정 문제를 다루는 변호사는 하나의 원을 그리며 끊임없이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이 있어야 이혼이 있고, 이혼이 있어야 재혼도 있다.’

쓰다 보니 수다를 떨고 있는데, 잠시 칼럼 본분을 망각했다. ‘아내가 남편을 강간했다’는 최근 기사를 본 것 때문이리라.

감히 운명이라 불러도 되는 엄청난 사건인 결혼을 한 사이에서 ‘강간’이라... 그리고 그 강간을 당한 사람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결혼 후에 아내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것을 확률로 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뭐 이런 정제되지 않은 잡념들의 산물이다.

남성이 성폭력의 피해자일 수 있는가, 성범죄의 특수성은 무엇이고, 부부 강간의 법적 쟁점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아내가 남편을 강간했다’는 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풀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자판을 두드린 것인데, 자판은 엉뚱한 이야기들만을 남기고 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추후에 하자고 하면서.
그래.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 사이에서, 상상하기 힘든 ‘막장 드라마’가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며, 누구는 ‘반면교사’로 삼거나, 누구는 자신의 삶과 배우자에 만족하는 ‘위안’을 삼을 수 있다면, 그깟 재미없는 법적인 지식, 법적인 관점을 조금 덜 알게 된다 하여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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