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초인종이 울리고, 여자가 활짝 웃으며 문을 열어준다. 남자도 이에 화답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같이 차를 한 잔 마시면서 TV를 보다가 자연스레 둘만의 내밀한 성적 행위를 나눈다. 여기에서 남자의 죄는 무엇일까?

어느 젊은이들의 연애담이기도 할 것 같은 위 이야기에서 남자의 죄는 없다. 그렇다면 사실 하나를 추가해보자. 여자는 유부녀였고, 남자도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에 남자의 죄는 무엇일까?

간통. 정답. 아니 이제는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오답. 그럼에도 남자에게는 죄가 있다.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마라.’는 종교적인 윤리적인 죄가 아니다. 남자는 바로 다른 남자의 주거에 침입한 죄이다.

대법원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 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동거자 중의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위 법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볼 것이니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 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참조).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간통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본인의 집에서 간통행위를 하였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

여자가 집에 들어오라 해서 들어간 것이 어떻게 ‘침입’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 집은 여자와 여자의 남편이 공동으로 사는 집이고, 남편의 입장에서는 간통하러 들어오는 남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침입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남편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는 깨졌다고 법은 바라보고 있다. 주거침입죄로라도 처벌하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법이 알아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비록 간통으로 처벌은 못하지만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나쁜 짓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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